세계 곳곳서 '티베트지지' 시위

파리서 성화봉송 도중 불 3차례나 꺼져
[Global Issue] 중국올림픽,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13일간 5개 대륙 23개 도시를 도는 성화봉송 행사가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시위와 저항으로 성화의 불씨를 지키는 것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조화의 여정'이라고 이름 붙였던 성화봉송길.

하지만 티베트 독립운동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각국의 입장이 부딪치며 조화보다는 분열로 얼룩지고 있다.

티베트 사태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면서 올림픽 개막식의 성사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 파리에서 격렬 시위로 성화 세 번이나 꺼져

지난 7일 파리에 도착한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막아서면서 불꽃이 꺼지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에펠탑 앞을 출발한 성화는 겨우 200m도 못가 시위대의 저지에 막혔고 경찰은 봉송단의 성화 봉송이 여의치 않을 때마다 성화를 버스에 옮겨 싣고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성화를 껐다가 다시 점화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중국의 티베트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는 에펠탑 주변 센강 양안에 진을 치고 '티베트를 지키자' 등의 깃발을 흔들면서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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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경찰은 '국경없는 기자회'(RSF)와 국제인권연맹 등 국제단체와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 등 최소 2000여명이 반중국 시위에 나선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에 맞서 시위대 수보다 훨씬 많은 3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인(人)의 장벽'을 만들어 성화 주자를 에워싼 채 함께 달리는 이색 경호를 펼쳤지만 시위대의 타격을 완전히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리시는 이날 올림픽 성화의 통과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려고 했지만 결국 취소했다.

녹색당 시의원들이 파리시의회 건물 밖으로 티베트의 망명 정부를 상징하는 깃발과 오륜에 수갑을 채운 검은색 깃발을 내걸며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런던에서는 격렬한 시위로 인해 37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성화봉송길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간략한 환영행사를 가진 뒤 예정됐던 봉송로와 전혀 다른 구간을 달리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힘겹게 진행됐다.

시위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결국 성화 봉송 구간은 당초 예정됐던 6마일(약 9.6㎞)에서 절반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개빈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행사 변경과 관련, "일반 대중의 안전을 위해 봉송 계획을 막바지에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너무 많은 군중이 몰려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선발됐던 80명의 성화 주자 가운데 최소한 3명이 안전 등을 이유로 봉송 주자 불참을 선언했다.

봉송 전날인 8일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행진과 촛불 시위가 펼쳐졌다.

⊙ IOC와 중국 정부 고민 깊어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7일 반중국 시위에 대해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며 "티베트 사태가 신속하고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적 관심이 티베트 사태로 모아지면서 위원들 사이에서 올림픽정신 훼손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중국 올림픽조직위원회는 IOC와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성화봉송 일정 조정 등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갖는 높은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취소나 변경이 쉽지 않아 행사 주최자들의 고민이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외교부와 관영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올림픽 개막식 불참 캠페인과 성화 저지 시위대를 비난하며 맞대응하고 있으나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티베트 분리주의자들이 올림픽 정신과 영국,프랑스의 현행법을 무시한 채 교묘하게 성화봉송 행사를 망쳐놓고 있는 데 대해 강력히 비난한다"고 지난 8일 비난했다.

장 대변인은 성화봉송길을 막는 반대 시위는 올림픽 정신을 해치는 것이며 올림픽을 사랑하는 세계인에 대한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 악화되는 국제여론… 올림픽까지 발목 잡을까

티베트 시위 무력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개막식 보이콧 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체코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잇따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키히토 일왕도 올림픽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브라운 총리도 9일 이번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브라운 총리를 대신해 테사 조웰 올림픽 담당 차관이 영국 대표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브라운 총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은 아니며 폐막식에는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격화하는 티베트 시위와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야당 자유민주당 닉 클레크 당수는 "여론에 밀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막판에 가서야 브라운이 바른 일을 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도 개막식 불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8월 일정이 어떨지를 말하기에는 지극히 이르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개막식 초청을 수락했으며 올림픽은 정치와는 무관한 행사라며 참석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미 의회가 미국 관리들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민주당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부시의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촉구하는 등 정치권의 압력이 높아지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베이징 올림픽 수모의 여정이 언제 끝날지는 개막식 날까지도 알기 어렵게 됐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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