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우리금융회장(사진)은 1일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금융권의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며 재정기획부의 '메가뱅크' 설립안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한경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은행은 많고,증권사는 더 많고,보험사는 너무 많다"면서 "추가적인 통합을 통해 3~4개사의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결합이 경쟁력있는 IB(투자금융회사)의 본보기라는 측면에서 이상적"이라고 덧붙었다.

박 회장은 "금융의 사이즈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한국의 금융은 중국에도 밀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자체 성장을 통한 한계가 분명히 있는 만큼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가 탄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소유은행의 통합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도 메가뱅크의 설립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미 정부라는 지주회사 밑에 우리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대우증권 등이 각각 통합된 상태"라며 "이를 굳이 쪼개서 싼 값에 팔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묶어팔기 방안은 민영화 이슈를 단순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며 "덩치가 커지면 더 높은 가격에 더 좋은 조건으로 쉽게 팔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참여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연기금의 지분율이 높아질 경우 시장에서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의심받게 돼 제값을 받을 수 없는 만큼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민영화의 과제는 법적으로는 주주인 정부의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우리금융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올리기 위해 민영화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은 기본 임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