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산적'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외모 스트레스를 느껴온 직장인 김의석씨(33)는 최근 미용실 직원의 권유로 파마를 했다.

두 시간의 파마가 끝난 뒤 거울을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산적 같던 인상이 몰라보게 부드러워진 것.김씨는 "파마를 한 뒤 동료들로부터 '훈남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거래처와의 비즈니스 관계도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 '파마 바람'이 거세다.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파마가 남성들의 변신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명동 '비쥬헤어'에선 지난달 파마를 한 남성 고객이 150여명에 달했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것.최선진 비쥬헤어 원장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들이 호감 있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 파마를 많이 한다"며 "비용이 평균 5만원에서 머리결.두피 상태에 따라 최고 20만원에 이르지만 고객들이 가격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신촌 '허가이'는 지난달 하루 평균 남성 13~14명이 파마를 해 평소보다 30~40%가량 고객 수가 늘어났다.

취업시즌의 특수를 톡톡히 누린 셈.허가이를 찾은 취업 준비생 김진우씨(27)는 "기업들이 인성과 화합을 강조하며 친화력이 좋은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보다 부드럽게 보이려 파마를 했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파마는 구불구불한 정도가 약한 볼륨파마와 커트를 하면서 솟아오른 옆머리를 진정시키는 부분파마가 대표적이다.

'박승철헤어스튜디오' 서초점 관계자는 "볼륨파마를 하면 왁스로 쉽게 손질할 수 있다"며 "남성 파마 고객 10명 중 4~5명은 볼륨파마를 한다"고 설명했다.

신촌 '김가영 세마헤어'의 신성환 팀장은 "30대는 물론 머리 숱이 적어 고민하는 40,50대도 보다 풍성해 보이려고 파마를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미용업계도 남성고객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박승철헤어스튜디오는 안산 가좌점 등 홈플러스에 입점한 8개 매장에서 남녀 커플이 파마를 하면 30% 할인해주는 행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또 인터넷 쇼핑몰의 'e미용실' 코너에 저렴한 남성 파마 상품도 등장했다.

바쁜 직장인들이 머리스타일을 미리 볼 수 있고 가격도 20~30% 저렴해 인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