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를 들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작정했죠.국내에서 학원이다 과외다 좇아다니느라 진을 빼느니 일찌감치 공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공부하게 해주자.중2 때 망설이는 아이와 아내를 달래 미국으로 보냈죠.5년 만에 아이는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고 아내는 돌아왔지요."

"집사람이 모임에 다녀오더니 심각해졌어요.

어떤 엄마가 몇 천만원 들여 아이의 외국 영주권을 만들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는데 가봤더니 유명한 집 애들이 많다고 자랑하더라는 거예요."

앞의 기러기아빠는 그간의 고생에 아랑곳없이 뿌듯해했고,뒤의 젊은 아빠는 고민스럽다고 했다.

기러기아빠야 그렇다 치고 외국인학교 얘기는 설마 했더니 들은 다음날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외국인학교의 경우 부모와 상관없이 학생만 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면 입학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남미 국가 등에서 영주권을 받아 들여보낸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에콰도르 영주권 취득자가 급증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제 인생은 아무래도 좋고 못할 일도 없는 게 이땅 부모들이다.

학원을 찾아 이사하고 학원비를 위해 파출부도 마다 않는다.

유학간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부부가 생이별을 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어주려 원정출산도 한다.

그래도 영주권까지 산다는 데는 어안이 벙벙하다.

신(新) 맹모삼천지교가 무성한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보니 대학이,외국 유학이,영어가 그렇게 중요할 수 없더라는 것이다.

'내 뼈가 으스러져도' 식의 교육열이 경제대국 한국의 근간이었음도 부인할 순 없다.

요즘같아선 영어를 못하면 사람 대우를 못받겠다 싶다는 데도 대꾸할 말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엄연히 국어가 있는 나라에서 영어를 못하면 일종의 한계인간처럼 여겨진다는 건 끔찍하다.

기를 쓰고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속내가 공부만은 아니라는 풍문은 더 무섭다.

형편상 21세기 한국판 맹모(孟母)가 될 수 없는 이땅 대다수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타깝고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같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