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1포기 1000원...가락시장보다 20% 싸

산지 돌며 물량 80% 확보...유통단계 최소화

지난 15일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배추 한 포기를 980~1020원에 내놓았다.

일반 소매시장 가격 1400~1500원보다 30~40%,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1255원)보다도 20%가량 저렴했다.

배추값이 '금값'이던 지난해 9월에는 가락동시장의 배추 세 포기 경매가가 1만466원,일반 소매시장에선 포기당 4000원을 웃돌 때도 대형마트에선 절반인 2000원에 판매했다.

대형마트들이 배추 등 농산물을 어떻게 들여오기에 싸게 팔 수 있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하나로클럽 양재점을 방문,농수산물 유통단계 개선을 강조하면서 새삼 대형마트들의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산지에서 3~4단계의 중간 도매상을 거치면서 소비자 가격이 산지가격의 5~6배까지 치솟는 낙후된 유통구조를 고치지 않고선 생활물가 안정을 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무엇보다 농산물의 가격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농산물은 태풍 폭우 등 천재지변에 따라 수급.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그 수단이 계약재배와 산지직거래다.

이마트는 1997년부터 계약재배를 시작했고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도 3~4년 전부터 이를 도입했다.

계약재배는 대형마트가 파종 전부터 생산자인 농민과 가격.품종.재배 방식 등에 대해 상세히 계약을 맺은 뒤 재배된 농산물을 직접 가져다 소비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산지직거래는 대형마트가 산지를 돌며 농산물을 수집해 중간상을 배제하는 것이다.

결국 농민에서 1.2차 중간 도매상(수집상)과 도매시장을 거쳐 소매시장으로 이어지는 5~6단계의 유통구조를 생산자-대형마트-소비자의 3단계로 축소한 것.이명근 이마트 야채매입팀 바이어는 "배추의 경우 계약재배 비중이 전체 물량의 50~60%에 달하고 산지직거래(20~30%)까지 합치면 전체의 80%를 생산자와 직접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대형마트는 일반 소매상에 비해 유통단계를 2~3단계 줄이므로 20% 이상 싸게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규모의 경제'도 농산물의 소비자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바이어는 "지난해 이마트에서 유통된 배추가 300만포기로 국내 유통 물량의 7~8%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윤을 적게 남기면서 많이 파는 '박리다매'로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대형마트 간의 치열한 '최저가'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단 10원이라도 싸게 내놓으려 경쟁하게 된다"며 "업체.점포 단위로 경쟁사의 동정을 살펴 가격차가 크면 손해를 보더라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의 과도한 가격 경쟁이 자칫 품질 저하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을 벌이다 보니 일부 마트에선 이윤을 맞추기 위해 크기가 작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