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는 싶지만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지난 5일 도쿄 시내 데이고쿠호텔에서 열린 '한국 기업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도쿄해상자산운용의 안도 마유미 펀드매니저는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일본어로 된 기업 뉴스나 자료는 꿈도 못꾸고,그나마 영어로 된 자료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몇 개 기업에 한정돼 있습니다.투자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한국 기업으로 눈을 돌리려고 해도 아는 게 없으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 채권) 발행을 위해 우리은행 신세계 등 한국 기업 9곳이 공동 참여해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이번이 처음이다.그것도 일본 투자자들이 졸라서 겨우 개최된 것이다."욘사마는 알지만 한국 기업은 잘 모른다"며 설명회를 열어달라고 일본 측에서 먼저 요청했다는 게 이번 행사를 주관한 UBS증권 측의 얘기다.일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 정보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짐작이 간다.

사실 일본에서 한국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한국 주요 증권사들이 도쿄에 진출했지만 정식 지점으로 활동하는 곳은 현대증권 정도다.나머지는 연락사무소에 그친다.일본에 한국 기업과 주식을 알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 허술한 것이다.작년 말 기업설명회(IR)를 위해 도쿄에 왔던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도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을 마치 '개 닭보듯' 하더라"며 "그동안 한국이 너무 일본에 무심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무시못할 나라다.기술도 그렇지만 돈도 마찬가지다.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은 1500조엔(약 1경4000조원)을 넘는다.이 돈이 초 저금리의 일본에선 투자처를 못찾아 세계를 떠돌고 있다.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간다.이가운데 1%(140조원)만 한국으로 와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약 860조원)의 16%를 넘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ㆍ일 관계의 새 시대를 열자는 희망적인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핵심은 서로에게 보탬이 될 수 있게 경제협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그러려면 양국간 기업 투자정보 소통의 인프라를 까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기초작업이란 생각이 든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