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도시 < 방송인 www.cyworld.com/idadaussy >

아무리 방송인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8개월 전만 해도 미니홈피에 대해서는 신경 쓸 시간도 마음도 없었다. 물론 웹사이트는 가지고 있었지만 미니홈피란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 아닌가 싶어 안하고 있던 터였다. 방송하랴,책 쓰랴,강의하랴 잠잘 시간도 부족했고 아이들과도 같이 보내는 시간을 내야 하니 미니홈피를 관리할 틈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을 프랑스에 보내고 나니 오후 시간에 가끔 여유가 생겨 미니홈피를 돌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 동안 내 매니저는 "21세기에 방송인이 어떻게 미니홈피를 안 할 수가 있느냐"며 불평하곤 했다.

처음 시작할 땐 매니저로부터 이것 저것 사용 방법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30대 후반인 나는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란 생각이 처음으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 그래서인지 배우는 속도도 생각보다 빨랐다.

홈피에 사진을 올리고,음악과 아이템 등으로 장식도 했다. 또 글을 쓰고,댓글도 달고,각종 기사와 정보를 올렸다. 이를 위해 새벽 2~3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도 했다. 스스로 컴퓨터 중독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이들이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에도 아이들 사진 폴더를 만들었고,어디를 가도 디지털카메라에 내 삶의 모든 것을 담기 시작했다.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준 카메라는 내 일부가 됐다.

가족들이 싫어해도 내 홈피를 위해 많은 사진들을 찍어대곤 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일까.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보다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삶이 시작된 것이다. 삶다운 삶을 위한 시간을 갖기보다는 가상의 삶을 위해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실제 삶의 결정적인 순간들은 모두 놓쳤다. 오로지 사이버 세상을 위해 카메라의 눈을 통해 보고 사는 모습을 편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얼마 전에는 눈밭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때 작은 아이가 외쳤다. "엄마,제발 그만 찍어! 우리하고 놀아!" 그때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카메라도 눈밭에 떨어뜨렸다.

'맞아! 사진 찍는 것보다 직접 사는 것이 훨씬 재미있어! 홈피에 예쁘게 꾸며진 사이버세상보다 진짜 인생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 홈피는 아주 가끔 하자. 예쁜 추억들은 머리에,그리고 마음에 영원히 남을 테니까.'

홈피를 위해 더 이상 사이버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야 아이들과 신나게 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