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4월 시행 예정이던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의 은행판매(4단계 방카슈랑스)를 철회하는 쪽으로 보험업법을 개정키로 했다.

당연히 보험권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은행들은 정책의 일관성을 깬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장들은 21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국민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빼앗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둘러싼 보험권과 은행권 간 갈등은 사실상 밥그릇 다툼 성격이 강했다.

은행은 지점에서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까지 팔면 수수료 수익을 더 거둘 수 있다.

국내은행들이 작년 보험판매로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은 약 6000억원.여기에 매년 수천억원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으니 속이 쓰릴 만도 하다.

게다가 은행들은 당장은 수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미래 수익기반이 취약하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2.45%로 최고 수준이던 2005년의 2.81%에서 2년째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 간 영업경쟁을 고려하면 NIM은 더 나빠질 게 뻔하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릴 형편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지난 6개월 간 방카슈랑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약(藥)인지 독(毒)인지를 놓고 은행과 보험이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여왔지만 그 이면에는 장삿속이 깔려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보험사의 경우 "은행의 끼워팔기(꺾기)나 불완전 판매로 소비자 피해만 커진다"며 반대논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보험권의 민원발행 건수가 금융권 중 가장 많다는 점을 보면 보험사의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 결정이 금융소비자 권익을 따져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만간 막강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금융위원회가 출범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정책을 결정할 때 금융소비자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금융사들이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장진모 경제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