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에 자리잡은 토스카나 지방은 음식과 와인의 '메카'다.

바다와 인접한 덕분에 해산물이 풍부하고,'키아니나'라 불리는 이곳의 전통 소로 만든 요리는 많은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수백 년 전통의 와인들이 수두룩하며,'사시카이아' 등 이탈리아 와인의 세계화를 이끈 '슈퍼 토스칸'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토스카나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은 어디일까? 유일하게 '미슐랭 투 스타'를 받은 가에타노 트로바토(사진)가 운영하는 '아놀포(Arnolfo)'가 정답이다.

트로바토가 동생과 함께 198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레스토랑'이 아니라 '파라다이스(천국)'라 불릴 정도다.

10코스 요리의 가격은 110유로(약 15만원)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트로바토를 22일 30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났다.


◆올리브 오일,토마토…햇살 머금은 토스카나 요리

―토스카나 요리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탈리아는 총 21개 지방으로 나뉘고 각각에 고유 음식들이 있다.

크게 북부와 중.남부로 나눌 수 있는데 옛 프랑스령이었던 북부는 프랑스 요리의 영향을 받아 버터와 크림을 많이 쓴다.

이에 비해 토스카나를 포함해 중.남부 요리는 올리브 오일을 주로 사용한다.

지중해에서 갓 잡은 해산물 및 뜨거운 태양 아래 자란 신선한 야채와 과일의 본래 맛을 살린 요리들이 많다."


―파스타도 지역에 따라 다른가?

"이탈리아의 파스타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2년 동안 매일 파스타 한 종류씩만 먹어도 다 못 먹을 정도다.

간단하게 말하자면,북부는 밀가루 반죽에 속을 채운 토르텔리니,라비올리,라자냐(한국의 만두와 비슷) 등을 즐겨 먹는 데 비해 남부 이탈리아인들은 토마토를 넣은 파스타를 좋아한다.

태양빛을 흠뻑 머금은 신선한 토마토는 건너 테이블에서 자르더라도 냄새가 사방에 퍼질 만큼 향기롭다."


―육류 요리에도 특색이 있나?

"'키아니나' 쇠고기를 비롯해 콩,올리브,트러플(송로버섯) 등이 토스카나의 유명한 식자재다.

고기 요리는 소스를 많이 쓰지 않고 굽거나 쪄서 먹는다.

대부분이 농촌 마을이라 집에서 직접 기르는 돼지,토끼,닭,오리 등의 가축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특히 새끼돼지와 비둘기 요리는 토스카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한 접시에 세 가지 요리,찬 요리와 더운 요리 함께

―비둘기는 어떻게 요리하나?

"전통적인 토스카나의 비둘기 요리는 한 접시에 세 가지 방식의 요리를 올려 놓는다.

(이 방식은 다른 고기 요리를 내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찬 음식과 따뜻한 음식을 함께 내놓는 것도 토스카나의 전통 방식이다.

예컨대 따뜻한 스테이크에 한국의 육회와 비슷한 찬 성질의 타르타르를 곁들이는 식이다.)

비둘기 날개 부위의 부드러운 살을 다져 속을 채운 라비올리를 만들고,잘 익힌 가슴살은 레드 와인을 끓여 만든 소스를 얹어 내놓는다.

마지막으로 비둘기 다리의 뼈를 발라낸 자리에 비둘기 간을 저며 넣어 요리한다."


―꼭 맛봐야 할 토스카나 요리를 소개해달라.(이 질문에 트로바토씨는 한참 동안 종이 위에 여러 요리들을 적어 내려갔다.)

"에피타이저로는 '크로스티니'를 추천한다.

빵 위에 버섯,토마토,닭 간 등을 얹은 간단한 요리다.

수프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토스카나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콩수프다.

'주파 디 파지올리'라 부르는데 올리브 오일을 곁들여 먹는다.

또 하나는 빵,토마토,올리브 오일을 이용해 만든 '파파 알 포모도로'라는 수프다.

메인 요리로 들어가면 토마토와 소의 내장을 아주 오랜 시간 조리해 치즈를 뿌려 먹는 '트리파 알라 피오렌티나'와 플로렌스 지방의 스테이크로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비스테카 알라 플로렌티나'를 추천한다.

해산물 요리로는 '카치우코'가 유명하다.

새우,가재 등을 토마토,칠리와 함께 넣고 끓인 스튜의 일종으로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토스카나엔 유명한 디저트가 별로 없는 편이지만 '주코토'는 꼭 먹어보길 권한다.

레드 와인 소스가 특징이며,아이스크림과 케이크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 사람들,음식 없는 와인은 상상도 못해

―토스카나 요리엔 어떤 와인이 어울리나?

"와인은 오직 음식의 풍미를 돋우기 위한 것이다.

와인도 음식을 먹을 때에만 그 맛을 살릴 수 있다.

음식에 특정 음식을 매칭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아놀포의 와인 리스트는 900여개에 달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 위주로 설명하겠다.

'카치우코' 같은 해산물 스튜엔 샤도네이 품종의 화이트 와인인 '카파넬레 2004'를 권한다.

콩수프엔 역시 화이트 와인인 '바타 2004'가 어울린다.

고기 요리엔 '키안티' 마을의 와인이면 다 좋다.

특히 플로렌스식 스테이크 요리엔 '달체오 빈냐 델 카스텔로 데이 람폴라1986'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비둘기 고기 요리를 먹을 땐 좀더 부드러운 '브루넬로 카세 바세 리제르바 1993'이 적합하다.

디저트엔 스위트 와인이 제격인데 '빈 산토 산 기오스토 아 렌테나노 1995'를 추천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