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의 여성 최고경영자인 현정은 현대상선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색다른 경영 방침이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은 그동안의 감성경영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 경영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반면 최은영 회장은 감성경영으로 임직원들을 이끌고 있다.

올해 취임 5주년을 맞는 현정은 회장은 취임 초에 직원들에게 다가서는 감성경영으로 재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영을 총괄하면서 대외 활동도 주도해 남성 최고경영자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과시하고 있다.

현 회장이 이처럼 카리스마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종식한데다 직접 평양에 가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백두산 사업을 따내면서 자신감이 생긴데 따른 것이다.

그는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밸런타인데이에 임직원들에게 별도의 초콜릿 선물을 돌리지 않는 대신 고위 업계 인사들과 끊임없이 만나면서 그룹의 사활이 걸려있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준비 작업을 했을 정도다.

또한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격적 경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뒤 별도로 직원들에게는 세세한 주문을 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행동을 통해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과 남북관광 문제를 모두 해결하면서 임직원들에게 큰 신뢰를 얻어 자연스레 카리스마가 나오고 있다"면서 "초창기에 감성경영이 임직원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카리스마가 현대그룹의 도약을 이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연말 회장에 오른 최은영 회장은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감성경영을 통해 임직원들의 인정을 받으려 하고 있다.

현 회장이 초창기에 삼계탕, 목도리, 다이어리 등을 임직원 및 가족에게 보내는 감성경영을 선보인 반면 최은영 회장은 이보다 한 차원 높여 자신의 요리법을 사내 웹진에 올리고 사내 와인동호회에 직접 참가하는 등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는 '스킨십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직원들을 불러 점심을 같이하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이메일로 받아 일일이 답장을 해주면서 한진해운의 '대모'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또한 최 회장은 해운 관련 경영을 배우고 있지만 일단 박정원 사장에게 경영을 일임하면서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적응을 택하고 있다.

한진해운측은 "최 회장은 직원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현 회장을 모델로 삼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 회장이 남편이 작고하자 회장으로 취임해 감성경영으로 직원에게 다가선 뒤 훌륭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카리스마를 갖췄듯이 최 회장도 이와 같은 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