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법사상 최초로 1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법원 관할구역에 사는 만 20세 이상 국민중에서 선정된 배심원들은 피의자의 유ㆍ무죄와 양형(量刑)에 관한 의견을 재판장에게 제시했다.지난해 6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데 이어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됨으로써 국민들이 강도 살인 등 중대 범죄사건 피의자의 처벌 여부 및 형량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입법과 행정에 이어 사법권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어제 법정에는 배심원 후보대상자의 37%인 87명이 출석했다.당초 법원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크게 높았다고 한다.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기대가 적지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그렇지만 국민참여재판이 제대로 기능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다.우선 국민 입장에서 형사재판에 참여한다는 것이 생소하다.더구나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이 유ㆍ무죄를 결정하는 미국 제도와 국민이 판사와 함께 피의자에게 어느 정도의 형을 내릴지를 논의하는 독일과 일본의 참심원제도를 절충한 실험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지우기 힘들다.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사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때문에 하루 생업을 팽개치고 법정에서 배심원으로 참여해야할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배심원 후보자 중 부자격자를 골라내는 작업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도입 초기에 나타날 시행착오를 보완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정착하려면 배심원의 역할과 판단이 중요하다.재판장이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하려면 그 이유를 판결문에 기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의견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형사재판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은 물론 준법(遵法)의식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따라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히 요구된다.법원도 국민들이 배심원으로 활동하는 시간이 귀중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내실있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