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저가 항공사의 잇따른 취항이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에 조종사와 정비사를 구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한성항공을 비롯해 올해 신규 취항하는 에어코리아, 영남에어, 대양항공, 인천타이거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필요로 하는 조종사 및 정비사는 최소 600여명에 달하고 있지만 올해 신규 배출 인력은 200여명으로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퍼플젯, 부산국제항공 등 내년 취항을 준비하는 저가항공사들도 100여명의 조종사 및 정비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신규 저가항공사들 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출신 인력을 모시기 위한 신경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보통 여객기 1대당 조종사 및 정비사가 10여명 정도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00여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자체 양성기관과 외국 조종사 등을 수혈해 인력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규 저가항공사들이 정년 퇴직을 앞둔 양대 항공사의 조종사 및 정비사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는데다 부기장급의 노련한 인력마저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문단속을 위해 정년 연장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대한항공의 조종사는 1천913명, 정비사는 3천355명이며 만 55세까지를 정년으로 정했으나 최근 유능한 인력의 외부 유출을 막기위해 정년을 마친 기장들을 계약직 형식으로 만 65세까지 쓰는 방식으로 사실상 정년을 연장한 상태다.

정비사 또한 만 60세까지 재채용할 정도다.

특히 대한항공은 오는 5월 저가항공사인 에어코리아를 출범하면서 정년 퇴직하는 조종사 및 정비 인력을 이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인력이 경쟁 저가항공사로 빠져나가지 못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국제 항공업계에서 조종사 한계연령이 65세까지인데 우리 또한 최근 촉탁 형식으로 65세까지 쓰고 있다"면서 "사실상 정년을 연장한 것과 같은 효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조종사 및 정비 인력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조종사 1천38명, 정비사 1천64명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정년은 만 55세지만 조종사 34명과 정비사 20명을 정년 후 촉탁 형식으로 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측은 "최근 저가항공사들의 우수인력 빼내가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리 또한 정년에 다다른 우수 인력에 대해 건강상 문제가 없으면 촉탁형식으로 고용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이제 항공업계도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한 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천타이거항공은 A-320 2대, 대양항공은 CRJ 4대, 한성항공은 A320 6대, 제주항공은 B737-800 2대, 영남에어는 포커-100 3대, 에어코리아는 에어버스 5대, 이스타항공은 B737 5대를 올해 도입해 운영할 예정이라 조종사와 정비사 인력난은 가히 폭발 직전이다.

아울러 내년 취항 예정인 퍼플젯은 A320 또는 B737 5대를 도입하고 부산국제항공도 여객기를 들여올 예정이어서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제 누가 실력있는 조종사와 정비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이 됐다"면서 "국내 신규 항공사의 경우 외국 인력을 수혈하기도 힘들어 대한항공 등을 대상으로 스카우트전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경우 조종사는 공군, 항공대학, 대한항공 조종훈련원을 통해 인력을 배출하고 외국에서 면허를 딴 인력을 수급하고 있으며, 정비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소속 정비훈련원을 통해 교육시키고 있으나 이들 두 항공사의 필요 인력을 채우기에도 급급할 정도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항공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제도를 적극 검토 중이다.

건교부는 현재 비행기가 거의 뜨지 않는 양양국제공항에 조종 및 정비훈련원을 만들어 비행연습 등을 시켜 부족한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조종사 및 정비인력으로 부족은 결국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 또한 고민이 많다"면서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항공전문 인력 양성소를 만들어 수급 균형을 맞춰주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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