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타社 '나노'에 자극 … GMㆍ도요타 등 잇단 출전 선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600만원 미만의 초저가차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그간 초저가차 시장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토종 업체들의 독무대로 여겨졌었다.그러나 최근에는 기술력은 물론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와 브랜드파워까지 겸비한 선진국의 메이저 업체들이 초저가차 시장 진출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한 글로벌 자동차 CEO(최고경영자)들은 잇따라 초저가차 개발 계획을 밝혔다.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초저가 자동차 시장이 거대하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짐 퀸 GM 글로벌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도 "인도의 엔지니어링 인력을 보강했다"며 "언젠가 초저가 자동차를 내놓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 사장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안전이 검증된 진짜 저가차를 만들겠다"면서 "쌍트로와 비슷한 가격대(600만원대)의 신차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인도의 타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오토쇼에서 10만루피(약 240만원)짜리 자동차 나노를 선보인 것도 초저가차 경쟁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나노의 등장은 벌써부터 인도 자동차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토종 업체 마루티는 현재 주력 모델인 소형차 '마루티 800'의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나노의 가격이 마루티 800 모델(20만루피 안팎)의 절반에 불과해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초저가차 개발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와 중남미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신흥국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수요는 전년 대비 2.4% 줄어든 1611만대에 그쳐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유럽시장도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1805만대에 머물러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했다.이에 비해 중국은 23%,인도는 14%의 전년 대비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신흥국 시장의 규모는 매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가 절감을 통해 얼마나 수익성을 높이느냐가 초저가차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일반적으로 가격이 1000만원 안팎인 경차와 소형차의 차량 한대당 영업이익률은 대형차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