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은 신문 한 장, 열 참고서 안 부럽다

유승준 소장의 신통한 창의논술 ③

신문과 통해야 논술이 쉬워진다

신문은 인류가 낳은 최고의 미디어 중 하나다.

미디어란 그 자체로 인간과 인간을,인간과 세상을 매개하는 도구다.

그동안 교육현장에서의 신문기사 활용은 시사이슈 파악,쟁점 정리 등 보조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과연 신문은 참고서의 보조수단에 불과할까?

무게중심창의력연구소의 유승준 소장은 "신문이야말로 최고의 논술 텍스트"라고 단언한다.

그는 신문기사를 활용해 창의력을 키우는 NIC(News In Creativity)를 통해 기존 논술과 창의력,프레젠테이션 기법 등을 종합해 독창적인 논·구술 실력을 다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 소장의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활용한 창의논술 & 맞춤구술' 지상 강좌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직접 참여해 신문 한 페이지가 주는 논·구술 의 힘을 체험해 보자.

3. 입장을 세워서 보라

싸움이나 협상에서 내 입장만 고집하면?

항우가 유방에게 졌듯이 힘이 세면 처음에는 이길 것 같으나 결국에는 지고 만다.

이는 국가나 사회 각 분야는 물론 개인 인생에 있어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논술도 이와 같다.

나도 모르는 내 입장을 세워봐야 소용이 없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는 문제 풀기를 해봐야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헤아려 파악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긍정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문제 해결의 한 요소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을 긍정적으로 헤아릴 수 없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입장이 투영된 왜곡된 요소를 상대방의 것으로 나열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여기까지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아가 문제 상황에 결부된 간접적 관련자 및 제 3자의 입장까지 함께 찾아내 보자.

이 단계까지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남다른 상황파악 능력을 갖춘 것이다.

이는 타고난 자질이 아니다.훈련하고 연습하면 계발할 수 있다.

이제 신문 기사와 관련, 숨겨진 이들의 생각과 드러난 이의 생각을 결합하고 조정해 보자.

그래야 '나'도 심층적 해석과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신문을 보는 '나'는 주로 간접 관련자, 방관자, 제3자이기 쉽다.

평소에 '만일 내가 ∼라면' 하고 가정하고 문제를 들여다보라.

경제, 사회, 문화, 정치면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입장 세우기 연습에는 신문이 제격이고 최적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신문사나 기자도 또 다른 하나의 입장이란 것을.

이에 빠져버리면 자기 생각을 세울 틈이 좁아지게 된다.

신문 기사에 대해 일부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재미없게 여기는 이유는 다양한 입장을 세워보는 재미를 몰라서다.

아래 표에서와 같이 다양한 입장을 세워서 보라.

하나의 기사가 의미하는 바를 우선순위별로, 입장별로 나누어서 심층적으로 정리·해석할 수 있다.

무게중심창의력연구소장 muge@dreamwiz.com

◈ 입장 세우기를 위한 체계

[스페셜] 신문기사를 활용한 나만의 창의논술 비법
적용방법
: 입장을 기본적으로 나눈 후, 입장별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예를 들어, '나'의 입장을 지구인, 대한민국인, 예비 지도자 자격으로 현재와 20년 전의 10대 시각, 22세기인, 이슬람교인, 이라크인, 이라크 여고생 등 보다 구체적 직업과 상황을 상상해서 설정해야 한다.

물론 문제와 관련지어서 말이다.

나머지 입장도 마찬가지다.

입장 세우기는 답안 작성을 위한 생각 가다듬기 과정이다.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좋다.

연습지에 자기 생각의 골격을 세운다는 기분으로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보자.


● 이번주 문제

다음 기사를 읽고 우리 현실에 비추어 '골품제'와 유사한 상황(사례)을 설정한 후, 이와 관련한 서로 다른 입장 6개 내외를 찾아 입장별 처지와 의견을 밝혀보라.(500자 내외)

골품제(骨品制)는 신라의 신분제도다.

출신에 따라 성골과 진골 및 1∼6두품으로 나눠 관등은 물론 결혼대상, 가옥의 규모, 생활용품의 종류와 수까지 제한했던 계층세습제다.

성골은 부모 모두 왕족, 진골은 왕족과 귀족 사이, 4∼6두품은 관직 진출이 가능한 지배층, 1~3두품은 평민이었다.

신분이 낮으면 실력에 상관없이 정·관계에 나가지 못하고 나가도 특정 직급 이상 승진할 수 없었다.

17개 관등 중 제1관등인 이벌찬에서 제5관등인 대아찬까지는 진골 차지였다.

6두품은 아무리 뛰어나도 제6관등인 아찬, 5두품은 제10관등인 대나마, 4두품은 제12관등인 대사가 고작이었다.

삼국통일 이후 6두품 이하에 특진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으나 6두품 몫인 아찬의 단계를 구분, 4중 아찬까지 올라가게 했을 뿐 진골 몫인 대아찬 이상을 내주진 않았다.

개혁을 내걸었으되 진골 이상의 기득권은 그대로 둔 채 아랫쪽 파이만 나눈 셈이다.

신분 차별 또한 가옥의 방 크기는 물론 섬돌 계단을 1∼3단으로 규제할 만큼 철저했다.

개인의 노력과 성과를 무시한 골품제는 결국 진골끼리의 왕권 다툼과 6두품 이하의 반발을 일으켜 신라의 멸망을 재촉했다.

신라가 사라진 지 1072년.이 땅에선 여전히 골품제의 망령이 살아 숨쉰다.

현대판 골품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개혁 운운은 설득력 없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한국경제신문 Δ월Δ일 기사에서 발췌)


● 우수작 강평

⊙ 1회 문제 '압축해 보기' 우수 답안

1등 유인창(상산고 2년)

넘치는 시대,

블루오션은 '가치'에 있다!

2등 김용학(세일고 3년)

그들은 상품을 팔지 않았다

이보희(충남과학고 3년)

세멕스(Cemex)의 시멘트는

사랑을 싣고

이지은(고척고 1년)

기업의 성공,가치로 승부하라!

방학 중임에도 기대 이상의 많은 학생이 응모해 주었습니다.

기사의 원 제목은 '가치 경쟁의 시대'(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2007년 6월6일자)입니다.

응모자 중 많은 이들이 '가치'와 '블루오션'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1등은 한 명 뿐입니다.

유사한 답안일수록 실제 상황에서 차별화된 점수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일차적 생각을 다시 가다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2등으로 뽑힌 제목은 남과 다른 제목들이어서 눈에 쉽게 돋보였고, 이유 설명에 있어 명료한 분석과 설득력이 뛰어났습니다.

자신의 답안으로 응모한 것 자체만으로도 여러분은 남다른 용기를 발휘한 것입니다.

참가해 준 모든 학생들에게 성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