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그야말로 금융권 격변의 해였다.

코스피 지수는 한 때 2000을 돌파하는 등 증권가는 초호황을 누렸다.

반면 예금을 증시로 빼앗긴 은행들은 돈 가뭄에 시달렸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은행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졌고 승승장구하던 국내외 증시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007년 금융계를 흔든 '7대 뉴스'를 정리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

본격적인 서브프라임 위기는 6월 말부터 시작됐다.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2개 헤지펀드를 청산시킨 게 시발점이 됐고 8월 초 BNP파리바가 운용 중인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위기는 극대화됐다.

이어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대형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그 여파가 세계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됐다.

세계 유수 금융회사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단기자금시장은 고갈됐고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은 마비되다시피 했다.

국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 규모가 지난 6월 말 현재 8억4260만달러로 집계됐다.

◆코스피 2000돌파와 펀드 열풍

올 들어 부동산 광풍이 각종 대출 규제로 잦아들면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펀드와 주식에 투자하면서 코스피지수는 7월25일 2004.22로 사상 처음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2005년 2월 네 번째로 1000을 돌파한 뒤 2년 반만의 일.이후 1700 선까지 밀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내 펀드 설정액이 사상 최초로 300조원을 돌파했고 주식형 펀드 투자 규모도 100조원을 넘어섰다.

◆머니무브와 금리 급등

올 들어 시중자금이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현상이 가속화됐다.

예금이 줄면 대출도 줄여야 하지만 은행들은 오불관언식으로 대출 경쟁을 벌였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예금을 증시로 빼앗겨 돈가뭄에 시달리던 은행들은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으로 대출할 돈을 마련했다.

결국 시중에 채권과 CD 공급이 늘면서 시중금리는 폭등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는 연초에 비해 1%포인트 가까이 올라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자본시장통합법 국회 통과

금융업종 간 장벽을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해 2009년 2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증권사가 지급결제권을 가지게 되고 자산운용사,신탁사,증권사 등으로 엄격히 구분됐던 업종 간 칸막이가 사라져 거대한 금융투자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결국 은행 중심의 기존 금융질서가 약화되고 자본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증권사 몸값은 치솟았다.

또 은행들이 추가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보험사와 캐피털사의 가치도 크게 올라갔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HSBC는 지난 9월 론스타와 외환은행을 조건부로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다 파기한 지 10개월 만의 일이다.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농협 등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한 국내 금융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HSBC는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고 지난 17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매각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로 해 HSBC가 외환은행을 최종 인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유난히 많았던 은행장 인사

올해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들이 많았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등 대부분의 행장들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롱런가도를 달렸다.

연임이 대세인 가운데 새롭게 은행장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올 3월 국책은행장 중 처음으로 연임한 강권석 전 기업은행장이 지난달 갑자기 타계하면서 윤용로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지난 4월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 호의 새로운 선장이 됐다.

◆생보사 상장안 확정

지난 1월 생보사 상장안이 확정된 뒤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계약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진통이 계속되던 중 생보업계가 1조5000억원의 공익기금을 출연하기로 하면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다.

결국 금감위가 4월 생보사 상장을 위해 마련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함에 따라 18년 동안 끌어온 생보사 상장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