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없는 시험으로 등급 매겨서는 안돼

"내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너무 아쉽고 힘들다."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내려간 과목이 많은 김혜진양(부산 혜화여고 3년)은 수능 시험 성적표를 받아들고 울상을 지었다.

수능 성적표가 학생들에게 전달된 지난 7일,고3 수험생들 교실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11월15일 수능시험일 이후 추측만 난무하던 등급 컷이 그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예상 등급 컷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던 학생들의 진로가 1점 차이로 확연히 구분되었기 때문이다.

예년 같았으면 크지 않은 1점이 올해는 어느 등급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지원 가능 대학 군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등급제로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하지만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미끄러져 버린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100년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교육 정책이 다시 삐그덕대며 학생,학부모,교사를 모두 혼란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 교육 당국의 입장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모 신문 인터뷰에서 수능 채점위원장이 수리 가형 1등급 비율에 대하여 "4.16%가 나온 것은 상위권에 대한 변별력을 충분히 갖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등급 커트라인이 2점 문항 한 문제를 틀려야 하는 98점임을 감안할 때,진정한 '변별력'이 무엇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김덕용군(서울 청원고 3년·이과)은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우수한 학생들 중 가장 기본적인 2점짜리 문항을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커트라인은 100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3점 혹은 4점 문항을 한 문제 틀린 학생과 100점을 맞은 학생 간의 실력 차이는 정말 종이 한 장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충분한 변별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무조건 다 맞아야 최상위권 학생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군은 "교육 당국에서 차라리 이번 수리 가형 난이도 조절과 등급제 시행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송구하다,앞으로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입장을 밝힌다면 화가 덜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리씨(이화여대 법학과 1년)는 "올해 입시는 등급제 때문에 억울한 학생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며 "아는 동생들의 경우를 따져 보았을 때,등급제가 그다지 합리적인 제도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 혼란 속 길 찾기

이렇듯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고3 학생들은 마음을 추스르고 입시에 매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과야 어떻든 적어도 올해 입시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유승군(용인고 3년)은 "많은 친구들이 등급제로 인해 실망하고 힘들어하고 있는데,그래도 아직 정시 모집까지는 여유가 있고 각 대학별 논술 등이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급제로 인해 '덕'을 보았다면 참으로 축하할 일이지만,혹여 등급제의 '희생양'이 되었다 해도 현 고3 학생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시 전략을 잘 짜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송지은 생글기자(부산 혜화여고 3년) jieuni4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