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매달 결정하는 정책금리가 내년 3월부터 '콜금리 목표치'에서 한은과 금융기관이 거래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로 바뀐다.

콜시장의 불안으로 금융기관이 단기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지 못할 때 한은에 일정이자를 지급하면 금액과 횟수에 관계없이 돈을 빌리거나 예치할 수 있는 '대기성 여수신제도(자금조정대출 및 예금)'도 도입된다.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의 통화정책 운영체계 개편 방안을 확정,내년 3월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3일 발표했다.


◆콜금리→RP금리로

한은은 내년 3월부터 매달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콜금리 목표치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발표하게 된다.

기준금리란 한은이 단기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RP를 매매(공개시장 조작)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뜻한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RP금리로 바꾸면서 RP 매매시기도 정례화했다.

지금까지는 한은이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적립 상황을 파악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수시로 RP를 매매해왔다.

그러나 이를 원칙적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7일물 RP를 매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RP매매가 정례화 되면 은행들은 각자의 단기자금 상황을 예측,목요일마다 실시되는 RP매매에 참여해 자금 과부족분을 조정해야 한다.


◆단기자금 관리 까다로울 듯

정책금리가 콜금리에서 RP금리로 바뀌면 콜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한은은 그동안 금통위가 발표한 콜금리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RP매매를 통해 시장에 개입해왔다.

때문에 금융기관 간 초단기(주로 1일물) 자금이 거래되는 콜시장의 실세금리가 콜금리 목표치와 거의 동일하게 움직였다.

자금이 부족하면 금리가 오르고 자금이 남으면 금리가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시장금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콜금리가 사실상 '고정금리화'되자 외국계은행 지점 등 일부 금융기관들은 금리변동 위험성이 거의 없는 콜자금을 빌려다가 채권투자에 나섰고 이로 인해 채권금리가 하락,한은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금리가 RP금리로 바뀌면 콜금리가 어느 정도 시장의 수급을 반영해 움직이더라도 한은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 금융기관들은 그만큼 리스크를 안고 단기자금을 조달 또는 운용해야 한다.

한은은 대신 콜금리가 너무 큰 폭으로 변동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금액이나 횟수에 상관없이 자금을 하루 동안 한은에 예치하거나 대출받을 수 있는 대기성 여수신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미국의 재할인율 제도와 유사한 형태다.

돈을 빌릴 때는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를 더 물어야 하고 돈을 맡길 때는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한다.

한은은 다만 지준마감일에는 이 같은 가산금리를 0.5%로 축소해 운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능이 유사한 현재의 일시부족자금대출 및 유동성조절대출 제도는 폐지된다.

한편 한은은 은행의 필요지급준비금 적립규모가 사전에 확정되도록 지준적립 이연기간을 '현행 반월기준 7일 이연'에서 '반월기준 1개월 이연'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