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1조 순익 달성 … 행장 첫 연임 기록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30일 오전,그의 지인들과 금융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거목을 잃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인의 30년 지기인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고인은 체구와는 달리 깊은 통찰력과 포용력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거인과 같은 존재였다"며 "열정과 의지로 당차게 활동했던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다"며 비통해 했다.

역시 오랜 벗인 유지창 은행연합회장도 "아이디어가 많고 항상 혁신을 주도했던 금융계의 큰 인재를 어려운 시기에 떠나보냈다"고 안타까워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20년간 그를 상사로 모신 이두형 한국증권금융 사장도 "몸은 돌보지 않은 채 일에만 매달리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은 재무부와 재정경제원의 이재국 증권국 보험국과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금융감독원 부원장을 거치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후배들로부터 누구보다 많은 신임을 얻은 정통 금융관료였다.

그는 2004년 3월 기업은행장에 선임된 뒤에도 임원은 물론 직원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눠 '가장 모시고 싶은 행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경영 능력도 뛰어났다.

2003년 말 75조원이던 기업은행의 총자산은 올 9월 말 123조원으로 늘어났으며,순이익은 2000억원대에서 1조원대로 높아졌다.

수익성이 좋아지는 동시에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003년 말 2.58%에 올 9월 말 0.91%로 개선됐다.

고인은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 1월 제16회 다산금융상을 수상했으며 3월에는 기업은행 사상 처음으로 행장 연임에 성공,'국책은행장 연임 불가'라는 불문율을 깼다.

그는 실적과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은행의 공공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특히 금융회사는 기업 및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다'는 우산론,'비 오기 전에 날씨를 미리 알려준다'는 일기예보론,'은행은 기업의 종합병원이고,주치의여야 한다'는 기업주치의론 등이 그가 강조한 금융론이었다.

최근엔 증권업과 보험업 진출을 도모,세계적 금융겸업화 추세에 발맞추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남다른 열정으로 금융산업을 이끌었던 강 행장.그의 갑작스런 작고에 금융계의 안타까움은 더해가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