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5차 협상 이틀째 회의에서 양측은 핵심 쟁점인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EU 측은 우리가 제시한 자동차 기술표준 수정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면서 "EU의 명백한 반응이 나온 만큼 한국에 돌아가 관계 부처 간 협의를 벌여 다른 대안을 찾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 앞서 한.미 FTA에서처럼 제조사별로 6500대까지는 우리 기술표준 적용을 면제하고,수출 물량이 6500대를 넘더라도 2년간은 기술표준 적용을 유예하겠다고 제안했다.

EU는 이에 대해 "일정 기간,일정 대수에 대해서만 EU의 기술표준을 인정하고 초과되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제도의 후퇴"라며 "한국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42개 자동차 기술표준 가운데 EU의 기술표준과 동등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기존의 26개보다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 비관세 장벽은 EU가 FTA 타결의 관건이라고 강조해온 분야다.

이번 협상에서도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이후 진행될 관세 철폐 협상에도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

EU 측은 쌀 고추 마늘 등을 양허(개방)에서 제외해 달라는 우리 측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농산물 세이프가드와 일정 물량에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별도로 적용하는 관세율 할당제(TRQ)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브뤼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