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김익환 현대ㆍ기아차 인재개발원장을 임명한 것은 시스템 경영 강화와 실적개선을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능력있는 전문경영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경영의 효율화와 전문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이번 인사에 대해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단행한 것"이라며 "전문 경영인을 통해 시스템 경영을 확립하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하락과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위기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기아차의 수익구조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로 정의선,조남홍 양 사장 체제로 분리돼있는 기아차의 해외와 국내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등 시스템 경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아차는 정의선 사장이 기획과 해외부문을,조남홍 사장이 국내영업 생산 인사 총무 재무 노무 등을 맡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년부터 국내외적으로 회사의 볼륨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과 판매,국내사업과 해외사업을 시스템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내년에 5개의 신차 출시와 슬로바키아 공장의 본격 가동,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등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는 중요한 시점을 맞게 된다.

최근 기아차의 실적부진도 김 부회장의 기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영업손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분기에 잠시 흑자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다시 3분기에 11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남홍 사장이 지난 26일 3분기 실적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IR)에서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그룹 수뇌부에서는 경영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가동했던 비상체제가 일단락되면서 정상경영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올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시스템 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