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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정수기 제조사 '브리타'(Brita),레이저 공작기계 제조업체 '트럼프'(Trumpf),선루프 제작사 '베바스토'(Webasto)….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 업체는 세계 제3의 경제대국 독일의 중소기업들이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50%가 넘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매출의 많은 부분을 수출을 통해 실현해내고 있다.

독일에는 이런 중소기업이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독일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교수는 이들을 '숨은 승리자들(hidden champions)'이라고 규정했다.

이들 기업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려는 대담한 목표를 갖고 있다.

고도의 전문화를 통해 자신의 영역에서 주도성을 발휘하고 선구적 혁신을 실천하는 기업들이다.

한국에는 아직 독일처럼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독일의 숨은 승리자들 대다수가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힘써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내수 위주의 안정적 시장 확보에 주력해온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내년은 산업계의 지각 변동이 현실화되는 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발효되면 시장이 단계적으로 개방될 전망이다.

한ㆍ미 FTA가 미치는 영향은 쾌도난마처럼 명쾌할 수가 없다.

한ㆍ미 '경제 고속도로'를 뚫었다든지 국내에서 '경제 빅뱅'이 닥칠 것이라는 평가도 아직은 섣부르다.

정부조차 '이렇게 된다.

'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우리 경제의 현실이 일본과 중국에 낀 '너트 크래커'나 '샌드위치'에 비유하지 않아도 위기라는 인식은 모두가 갖고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만 혜택을 보고 중소기업은 희생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력 위주의 경공업 분야는 한ㆍ미 FTA가 아니더라도 이미 중국 등의 추격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지금 폭풍 전야의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앞에 알몸으로 서있는 꼴이다.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이나 경영 여건이 총체적으로 달라져 버렸기 때문.살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국제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협소한 국토,태부족한 산업 입지,빈약한 가용 자원의 제약 속에서 중소기업인 특유의 근면과 창의력으로 무장하고 미래를 앞서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시장의 큰 변화를 앞두고 토종 중소기업들은 조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경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자구 혁신 노력을 통해 미래성장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글로벌화(Globalization),디지털화(Digitalization),전문화(Specialization)를 3대 추진 전략으로 꼽는다.

글로벌화를 위해선 FTA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품질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또 세계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쟁대열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도 전문화를 추진해야 세계최고 기업이 될 수 있다.

독일 중소기업이 막강한 전문화로 무장하고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마켓리더를 꿈꾸는 중소기업이라면 경쟁자와 다른 시각과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침체된 분위기를 활력이 넘치는 조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다른 기업과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 가능하다.

즉,평범한 DNA가 아니라 새로운 DNA를 몸속에 체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DNA는 역발상을 가능케 하고 평범함 속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창출케 하기 때문이다.

장차 한ㆍEU, 한ㆍ일, 한ㆍ중 FTA가 몰려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지만 내실 있는 기업'으로 자생력을 키우려면 당장 고장 난 부분만 땜질할 게 아니라 낡은 DNA를 완전히 개선하려는 총체적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마이너 리그'에서 '메이저 리그'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작지만 강한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