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世 < 연세대 교수·경제학 >



대도시를 초토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둘 있는데 바로 융단폭격과 임대료 규제다.

가격 규제가 당초 의도와는 반대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뿐 결국은 모두를 공멸케 함을 웅변하는 경제학적 격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행위 금지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수단으로 참여정부가 실시한 아파트 분양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에 이은 제2탄이다.

정부가 기업의 가격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분명 반(反)시장적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격을 비싸게 받으면 문제인가? 공정위는 그렇게 간주한다.

소비자들이 재화(財貨)를 비싸게 구입하게 되면 소비자 후생(厚生)이 낮아지므로 가격을 비싸게 받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가격을 싸게 받으면 어떤가? 경쟁당국 입장에서는 그것도 곤란하다.

그러한 행위는 경쟁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킨 다음 장기적으로 독점력을 높이려는 지배적 기업의 약탈행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을 비싸게 받아도 문제요 싸게 받아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아예 정부가 개별 재화 가격이나 서비스 요금을 정해주면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기업으로서 혁신이나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대폭 줄어 궁극적으로는 기업,소비자,국가 모두가 망하게 된다.

가격 규제의 최대 부작용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폭에 있다.

규제 왕국이라 불릴 만큼 열악한 기업 환경에서 이제 가격수준까지 문제 삼는다면 기업의 창의적 혁신 활동과 산업의 효율적 성장이 저해된다.

시장경제의 기업들은 이윤 동기(動機)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생산기법으로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역설적으로 성공 기업이 그러한 초과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애당초 창조와 혁신에 참여할 인센티브가 생길 수 없다.

가격규제는 동태적 효율성과 장기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들의 혁신 동기에 치명타를 입히게 된다.

물론 산업 진화 과정에서 소수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으나 그로 인한 역기능은 기업인수합병 심사,불공정거래행위 규제,부당공동행위 규제 등 기존 규정으로도 충분히 제어되고 있다.

공정위는 적용배제 요건이나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한 발 빼지만 어불성설이다.

경제법 운용의 대원칙은 단순명료하며 일관성이 있어서 경제주체의 입장에서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문에 '현저하게' 혹은 '부당하게'라는 애매한 표현이 난무하고 예외조항을 즐비하게 늘어놓은 다음 끄트머리에 '등'을 쓰는 건 고전적 수법이다.

정권의 색깔에 따라 적당한 칼을 빼들고 손봐 줄 필요가 있는 기업을 요리하기에는 그저 그만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의 경우는 가격규제 적용에서 제외하며 진입장벽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분야를 위주로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술혁신이나 경영혁신이라는 개념은 모호하기 짝이 없어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예컨대 디자인의 변경이나 브랜드가치의 상승 등에 의한 가격상승이 적정한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려 한다면 큰 기술적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경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쟁당국은 정부실패가 확실시되는 직접적인 가격규제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시장구조의 경쟁도를 높이는 방식을 통해 경쟁을 강화시켜야 한다.

개별 기업의 생산방식이나 비용구조를 규제하는 것보다 시장의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 및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공정위는 최근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은 다소 완화하고 경쟁정책은 강화해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로 돌아간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모쪼록 가격규제 논란이 경쟁정책의 퇴보라는 '긁어부스럼'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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