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桂燮 < 서울대 교수·경영학 >


올해 대통령 선거는 우리 정치사에 특이한 선거가 될 것 같다.

역사상 처음으로 CEO(최고경영책임자) 출신이 집권 세력 또는 제1 야당을 대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대권(大權)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선거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청와대 입성을 노렸다.

2002년에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이 출마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했고 자신들이 신설한 당에서 출마했다.

그러나 이번 12월 대선은 다르다.

지난 8월20일 한나라당은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명박씨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범여권에서는 단일후보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前) 사장이 후보군(群)에 들어갈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CEO 정치인들이 이처럼 각광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적어도 CEO 출신 정치인들은 민생 경제를 챙겨줄 것'이란 국민의 기대 때문이다.

그동안 전업 정치인들은 예외없이 민생 경제 문제를 뒷전으로 미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개혁 드라이브를 걸다가 외환 위기를 초래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주(主)관심사는 경제보다는 남북 관계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과거사 정리와 언론과의 전쟁 등을 민생 문제 해결보다 우선 순위에 두어 왔다.

그러나 전문 경영인 출신들은 이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국민의 희망 어린 기대이다.

CEO 정치인들은 그들만이 내보일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 주길 바라는 CEO적 자질은 세 가지다.

첫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CEO는 허황된 공약은 늘어놓을 수 없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뿐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의 생계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에게 희망 있는 비전을 만들어 보일 줄 안다.

그것이 공약이 미래지향적이면서 공허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 이유이다.

둘째,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CEO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신속하게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상충하는 이해와 각자의 주장을 갖고 있는 기업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독려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빼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를 찾아내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용인술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능력은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교수가 밝힌 바와 같이 성공적인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셋째, 결과에 따른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전문경영인은 무한책임이 따르는 자리이다.

CEO는 변명을 할 수가 없다.

분기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한다.

잘못은 전임자나 부하가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인 책임은 CEO의 몫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도 CEO와 같은 겸허함과 책임의식을 가져줄 것을 바란다.

여론에 귀를 기울여 뚜렷한 국정 운영 목표를 설정하고,일단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진(邁進)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성공적인 전문경영인이 반드시 성공적인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31대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의 경우와 같이 빼어난 CEO도 실패를 맛보곤 하였다.

그렇기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CEO 대선(大選) 후보들의 어깨가 무겁다.

차기 대통령은 무기력감에 빠진 우리 경제를 재도약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도 정치 논리를 경제 논리보다 앞세우는 인기 영합주의 정치인이 당선된다면 우리 경제는 후퇴하게 될 것이다.

땀을 흘려 돈을 벌기보다는 요구하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과거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슬프게 했다.

이제 기업을 이끄는 CEO적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은 우리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밝게 한다.

실현 가능한 구체적 목표를 정하고,이를 과감하게 추진하며,결과에 대해선 무한책임을 지는 CEO형 정치인이라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재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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