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하 미래에셋증권 장외파생상품팀 부장은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지점으로부터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개인 큰손이 부동산 종합과세 부담으로 건물을 판 돈을 들고 원금은 최대한 보장되면서 '정기예금+알파'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고객을 위해 포스코와 LG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50억원 규모의 조기상환형 ELS를 만들었다.

이들 기초자산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 14.5%의 수익률을 지급하고 설사 이들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하락률이 50%를 초과하지 않으면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김 부장은 "얼마 전까지 주식시장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크게 출렁이면서 고객들의 이런 요구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공방을 벌이면서 추가 상승 여부에 확신을 갖지 못한 투자자들도 ELS나 DLS(파생결합증권) 같은 파생상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파생증권 발행 규모 급증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년 3조6051억원에 불과하던 파생증권(ELS·ELW·DLS) 발행 규모는 지난해 32조9354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27조5558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ELS는 17조9247억원으로 월 평균 발행 규모가 2조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ELS 발행 규모는 2조6200억원으로 올 들어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양성원 한국채권평가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주식 직접투자나 주식형 펀드가 인기를 끌지만 조정을 보이거나 시장 흐름이 불확실한 경우는 안정성이 보강된 ELS에 관심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지난해 6164억원이었던 DLS 발행도 올 들어 8월까지 4395억원으로 연간으로는 지난해 수준을 거뜬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하 부장은 "DLS는 기초자산이 낯설다 보니 ELS에 비하면 아직 초기 수준"이라며 "하지만 기초자산에 한정이 없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LS·DLS 투자는 어떻게

ELS나 DLS의 발행은 금감원으로부터 장외파생상품 영업인가를 받은 국내외 15개 증권사만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해당 증권사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개인 큰손이나 일반법인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기초자산으로 원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사모 ELS 발행도 가능하다.

공모 중인 ELS나 DLS는 증권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HTS(홈트레이딩 시스템)에서도 청약할 수 있다.

원금보장과 비보장 상품이 있으며 DLS는 원금보장형이,ELS는 원금 비보장형이 잘 팔린다.

가입 금액은 대부분 100만원 이상이며 100만원 단위로 추가할 수 있다.

원금을 넘어선 수익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원금 비보장의 경우 원금 손실이 나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청약시에는 영업점에 비치된 사업설명서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꼼꼼히 살피는 게 필요하다.

특히 기초자산의 안정성을 챙겨봐야 한다. 청약을 결정하면 위험을 고지한 직원의 자필서명이 담긴 설명서를 교부받아 청약서에 서명하면 된다.

상품별 판매 한도액은 각 ELS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0억~200억원 수준이다.

김성하 부장은 "증권사별로 구조에 큰 차이는 없으나 조기상환이나 원금보장 조건 등을 체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LS, 어떤 매력이 있을까

지난달 21일 나온 만기 2년짜리 '메리츠증권 ELS 제44회' 상품은 지난 2일 연 9.0%의 수익률로 조기상환이 확정됐다.

발행한 지 나흘 만이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이 기초자산으로 일별 종가가 한 번이라도 기준지수보다 4% 이상 오르면 조기상환이 가능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바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이 상품은 12월28일 상환된다.

상환 일시는 각 상품의 청약설명서에 미리 정해져 있다.

올 들어 주식시장 호황으로 60~70%가량의 상품들이 중도 상환에 성공했다.

양성원 연구원은 "연환산 수익률은 평균 10% 정도로 새로운 투자수단으로서 ELS의 우수성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완전 원금보장 상품은 아니지만 기대 수익만 낮추면 원금이 깨질 확률은 거의 없다.

채권이자 범위 내에서만 고수익을 노린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다 높은 수익을 목표로 파생상품 투자비중이 높은 상품이라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2003년부터 올 5월 말까지 상환된 ELS 중 0.5%인 27개 종목에서 122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평균 손실률은 60%에 달했다.

ELS는 발행 유형별로 △스텝다운형(조기상환 조건이 달성하기 쉽게 계단처럼 내려가는 방식) △클리켓형(수익률 결정일에 두 기초자산의 기간 수익률을 각각 구한 뒤 두 가지 수익률 중에서 낮은 것을 기준 수익률로 정하는 방식) △만기페이오프형(원금을 비보장하면서 주가 상승시 조기상환 수익률이 증가하는 형식) 등으로 나뉜다.

김용준/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 용어풀이 ]

ELS와 DLS는…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말 그대로 주가연계증권이다.

주가나 지수 변동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결정된다.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등락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외국에서는 ELN(주식연계채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DLS(Derivatives Linked Securities)는 주가지수나 주식 이외의 기초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점만 다르다.

유가나 금리 날씨 등 계량화할 수 있는 각종 자산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