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었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추석특집을 본 건.게스트는 배우 김윤진씨.'쉬리'로 뜨고 '밀애'로 청룡영화상 주연상을 받았지만 미국에 가서 신인으로 도전,ABC TV 시리즈극 '로스트'에 출연한 그는 10살 때 이민 가서 고생한 일부터 세계적 배우가 된 지금 심정까지를 찬찬히 털어놨다.

진행자(강호동)가 "'로스트'보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자주 본다"는 민망한 발언을 했는데도 그는 웃으며 "미국에선 '로스트' 시청률이 훨씬 더 높다"고 받아넘겼다.

그리곤 미국에서 출연한 '데이비드 레터맨 쇼'의 레터맨과 강호동의 차이에 대해 "레터맨은 냉소적,강호동은 몸개그적"이라고 밝혔다.

보스턴대 재학 중 동양여자여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은 안된다고 하자 "그럼 왜 뽑았느냐"고 대들어 따냈다며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인종차별이라며 따져도 되지만 그렇지 않거나 자주 하면 이상한 사람 소릴 듣는다고 전했다.

'야한 영화'설과 '게이샤의 추억' 캐스팅 제의 거절에 관해서도 당시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해명했다.

'월드 스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다는 말에 진행자 쪽에서 '월드 배우'는 어떠냐고 하자 좋다고 답하곤 "얼마나 고생해서 얻은 건데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시종일관 과장도 내숭도 없었다.

할 말 다하고 밝힐 것 다 밝히면서 보는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고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게 토크쇼의 묘미다.

유명인을 초청,궁금한 내용의 실상과 속내를 끌어냄으로써 시청자는 재미와 정보,메시지를 얻고 출연자는 '안티'를 '팬'으로 바꿀 수 있다.

오락 프로그램에 토크쇼가 많아진 까닭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토크쇼는 사생활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경향이 짙다.

내용은 자극적인 것 일색이고 화젯거리를 위해 없는 얘기를 지어내기까지 한다.

'무릎팍 도사 김윤진편'은 출연자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고 유익한 토크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진행자는 물론 출연자 역시 준비 없이 나와 그저 망가지거나 막말을 하는 걸로 시청자를 웃기겠다는 생각은 버릴 때도 됐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