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진의 발언을 살펴보면 향후 경영전략과 관련,강조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일례로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여전히 품질이 최우선이라고 하면서도 "그동안 품질 경영을 통한 양적 성장에 주력한 결과 제품력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브랜드나 감성 품질에서는 아직 선진 업체에 못 미친다"며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자동차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브랜드 가치 제고와 디자인 등 감성 품질 향상에 힘을 기울여 기존 '값 싸고 좋은 차'라는 중저가 메이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명품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로 도약

현대차가 명품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은 지금까지의 중저가 전략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매년 1500만~2000만대씩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 3'의 퇴조와 중국 시장의 가격 할인 경쟁에서 나타나듯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은 시장 확대와 판매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반면 연구·개발비를 비롯한 비용에 대한 압박은 커지는 한계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인도의 토종 기업 타타가 가격이 10만루피(약 230만원)에 불과한 '초저가차'를 내놓기로 하는 등 현대차는 더 이상 가격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성능과 품질,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제품의 수준을 뛰어넘은 럭셔리카를 출시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게 현대차가 택한 전략이다.

◆럭셔리카 속속 출시

이 같은 현대차의 전략이 최근 구체화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럭셔리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LUV) 베라크루즈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를 출시하면서 "BMW X5와 렉서스 RX350 등 세계 최고 수준의 SUV들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베라크루즈에 이어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최고급 후륜 구동 세단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를 출시한다.

제네시스에 탑재하는 배기량 4.6ℓ 타우엔진은 최고출력 375마력의 힘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6초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내공간의 넓이를 나타내는 휠베이스(앞·뒷바퀴 축간 거리)도 2935mm로 현대차가 경쟁 모델로 삼고 있는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보다 길다.

이 밖에 오는 2009년까지 에쿠스 후속의 최고급 대형 세단 VI(프로젝트명)와 후륜 구동 방식의 스포츠쿠페 BK(프로젝트명)를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사장은 "올해부터 향후 2~3년은 현대차가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신차를 내놓고 고객들에게 평가받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출발은 좋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트렌드 7월호는 베라크루즈와 RX350의 비교 기사에서 "베라크루즈가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 확실하다"며 "낮은 가격 때문에 현대차를 구입한다는 것은 이제 옛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 잡지의 8월호는 제네시스를 '가장 기대되는 신차 톱10' 중 하나로 꼽으며 "제네시스가 럭셔리 세단의 순위를 뒤흔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영 체제 완성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오는 10월 인도 제2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의 해외 생산 능력은 연간 130만대로 증가한다.

내년 5월부터는 중국 제2공장이,2009년 하반기에는 체코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 현대차의 해외 생산 능력은 연간 190만대로 늘어난다.

현대차는 인도 제2공장에서 상트로 후속 모델인 PA(프로젝트명)를,중국 제2공장에서는 중국형 신형 아반떼를 생산하는 등 세계 각지의 해외 공장을 통해 '글로벌 현지화'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경영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글로벌화에 따른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글로벌 생산과 판매가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