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은행은 약세

외환은행이 영국계 은행인 HSBC가 론스타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매각금액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면서 이번 인수계약이 외환은행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으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된 국민은행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다만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근거로 외환은행 매각 계약의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4일 오전 9시38분 현재 외환은행은 전날에 비해 6.16% 급등한 1만5천500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국민은행은 0.65% 하락한 7만5천900원을 기록 중이다.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는 "감독당국의 승인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합의가 외환은행에 긍정적"이라며 "특히 현재 주가에 비해 23.5%의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키로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도 "이번에 제시된 외환은행 인수 가격이 주당 1만8천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외환은행 인수 협상이 지난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1만5천200원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SBC의 인수금액이 당초 알려진 50억달러대를 웃도는 63억달러로 결정돼 외환은행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계약이 외환은행의 유력한 인수후보인 국민은행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노무라는 이번 HSBC의 인수 합의가 국민은행 주가에 부정적이라면서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준비해 놓은 막대한 자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것으로 관측했다.

CJ투자증권도 외환은행 매각이 성사될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주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금융감독위원회가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이전에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의 구 애널리스트는 "금감위의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론스타와 HSBC의 계약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 판결이 조기에 나온다면 계약은 성립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조기 판결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CJ투자증권 심규선 애널리스트도 "HSBC와 론스타의 지분 인수계약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해지될 수 있는 조건부 계약"이라며 "계약 이행을 위해서는 금감위의 승인이 필수적이나 금감위는 법원판결 전에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매각 계약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신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HSBC가 론스타 이외의 다른 주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만큼 소액주주들은 론스타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향유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번 계약은 외환은행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