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가공아닌 위장계산서…과세표준·세액 경정" 결정

1년 동안 딱 한번의 매출, 그리고 단 한번의 매입이 있었던 회사에 대해 국세청이 매출은 인정하면서도 매입은 부정, 가산세를 포함한 수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웬만해서는 국세청 손을 들어주는 감사원조차 "실제 매입사실을 확인할 수 없더라도 매입은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만큼, 소득금액(매출-매입)을 추계해서 과세표준과 세액을 다시 결정하라"고 국세청에 촉구했다.

감사원은 24일 "서울의 A사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는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고 세금계산서는 다른 사업체로부터 받았을 뿐인데 매입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법인세법상 비용은 인정돼야 한다'며 제기한 심사청구를 심리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A사는 사무자동화 관련 고객관리, 자료분석·정리 및 모니터링, 문자 메시지 대량전송시스템(SMS) 등의 컴퓨터 운용관련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중소업체로 직접적인 개발능력은 없고 프로그램은 하청업체를 통해 공급받는다.

A사는 지난 2004년 평소 거래관계가 있는 B사로부터 컴퓨터장비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컴퓨터 운용프로그램을 납품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적당한 업체를 물색하다가 C사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프로그램 검수과정에서 C사도 재하청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A회사는 납품 후 유지·보수문제 등이 염려돼 실제 개발업체인 D사와 개발·공급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D사로부터 4억8000만원에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B사에 5억6250만원에 납품했다.

그러나 D사는 체납으로 사업자등록이 말소돼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는 무등록업체여서 A사는 어쩔 수 없이 세금계산서는 당초 계약업체인 C사로부터 받게 됐던 것.

이후 국세청은 C사가 39개회사에 70억여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실물거래 없이 허위로 교부해 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등 자료상 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 2005년 7월 관할세무서에 자료상거래 확정자료로 통보했다.

세무서는 A사의 4억8000만 원짜리 세금계산서를 실물거래 없이 교부받은 가공의 매입세금계산서로 봐 부가가치세 6608만원(가산세 1808만원 포함)뿐만 아니라 매입비용을 부인해 법인세 1억5643만원을 부과한데 이어 대표이사 상여처분으로 처리했다.

이 회사는 프로그램 납품으로 8250만원을 벌었으나 세금계산서가 문제가 돼 부가세와 법인세를 합쳐 2억2251만원의 세금을 물게 됐으며, 대표이사는 상여처분으로 인해 4억8000만원에 세율을 곱한 금액만큼 세금을 두들겨 맞게 된 것이다.

감사원은 결정문(2007년 감심 제85호)에서 "국세청이 A사의 실제매출은 정상거래로 인정하고 있고, 문제의 거래가 2004년 A사의 유일한 프로그램 매출이고 매입관련 세금계산서상의 공급가액이 2004년도 연간 매입액의 전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상황을 종합할 때 A사가 납품한 프로그램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하는 업체에 하청을 주어 납품을 한 것으로 보여 진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A사의 세금계산서는 가공세금계산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한 실제 공급업체와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업체가 다른 경우의 위장세금계산서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A씨 세금계산서를 실물거래 없이 교부된 가공세금계산서로 본 것은 잘못이 있다"며 "A사에 실제 매입관련 자료를 제출토록 하거나, 실제 매입비용을 알 수 없을 땐 소득금액을 추계해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라"고 결정했다.

조세일보 / 이동석 기자 dslee@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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