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표구간 상향, 신용카드공제 확대‥국민관심 유도

3조5000억 세수감, 대선용 코드 맞추기 시선도 22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7년 세제개편안'에는 서민층 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11년간 요지부동이었던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고,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확대하는 등 다소 파격적인 감세안이 포함돼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조세정책은 무조건 세금을 깎아주기 보다는 적절한 분배를 위한 '증세'의 성격이 강했지만, 임기말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는 '감세' 기조로 U턴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대다수의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대거 포함돼 근로자·자영업자의 세부담 경감과 납세자 전체의 편의성(국세 신용카드 납부 등)을 이뤄냈다는 점은 올해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총 3조5000억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등 '감세' 일색의 방안에서 수반되는 재정부실화 우려는 지속적인 숙제로 남게 됐다. □ '감세' 정책 나온 배경은 세수 초과징수?=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미래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까지는 증세 없이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올해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오는 2013년까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미래의 재원마련을 위한 언급 역시 자취를 감췄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겠다던 비과세·감면제도 역시 올해 일몰예정이었던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2조원),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제도(7000억원)가 연장되면서 조세감면 정비를 통해 늘어나는 세수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처럼 과감한(?)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예년과 달리 지난해와 올해의 세수실적이 넉넉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당초 예상치보다 2조4000억원의 세금을 초과징수했고, 올해 역시 세수전망이 좋은 편이어서 감세의 재정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었다는 점은 정부가 세수 걱정에서 벗어나 과감한 감세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었다. □ 안한다던 제도, '말 바꾸기'‥대선용 급선회?=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조세정책과 다른 방향의 세제개편안이 나왔다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은 지난 3월 당시만해도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밝혀 온 부분이다. 당시 재경부는 국정브리핑을 통해 "과표구간을 단순하게 상향조정 하게되면 근로소득자 보다는 소득탈루율이 높으면서 고소득자가 많은 자영업자에게 더욱 큰 혜택이 돌아간다"며 "과표구간 조정보다 세율을 낮추는 것이 외국인투자 유치나 국제조세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5개월만에 소득세 과표구간의 조정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말을 바꾸고, 오히려 그동안 추진해 온 공제확대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허용석 재경부 세제실장은 "공제제도 확대정책은 세금을 줄이는데는 기여했지만, 면세자 비율을 늘려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앞으로 큰 규모의 공제라든가 기존 공제규모의 확대는 가급적으로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조세개혁이나 재정여건을 고려치 않고 연말 대선을 앞둔 '선심용' 혹은 '코드 맞추기'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 각계 여론 수렴, '국민공감' 조세제도 마련은 성과=올해 세제개편안에는 서민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정책 외에 납세편의 및 조세 정상화를 위한 세심한 배려도 엿보인다. 재경부는 이번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 T/F 회의를 18차례나 개최하고, 현장방문 등 각계 의견수렴작업을 그 어느 해보다도 활발하게 벌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세 신용카드 납부, 파트너십 과세제도, 기부금 영수증 관리강화 등 그동안 끊임없이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도입이 미뤄졌던 방안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은 분명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또한 현금영수증 발급 기준금액(5000원)을 폐지하고, 탈세가 빈번한 귀금속 및 농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탈세방지방안이 마련돼 누수되고 있는 세원에 대한 관리가 철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올해 세제개편안은 대선용 선심성 정책이라는 일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서민지원, 조세정상화, 세원투명성 제고 등 세부방안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다만 최종 '결과물'이 '의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특히 기부문화 활성화 측면에서 마련된 공익법인 규제완화방안 중 동일·계열기업 취득 및 주식보유제한 완화방안은 자칫 재벌의 경영권 방어 및 편법승계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균형발전계획의 일환으로 마련된 지방기업 법인세 차등감면제도 역시, 실제 효과에 대한 검증이 미비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급조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미비점들은 오는 10월초까지 추가 의견수렴 및 수정절차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올해 세제개편안에 대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조세일보 / 임명규 기자 nanni@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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