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 노윤호씨는 외근이나 출장 중 주문 전화가 걸려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올초까지는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견적서를 보내야 했지만 이제는 휴대폰으로 회사 PC에 원격 접속해 문서를 조회하고 이메일까지 전송한다.

음성전화만 제공하던 휴대폰이 눈부시게 달라졌다.

이메일 전송과 웹서핑은 기본이고 이제는 회사나 집의 PC에 원격 접속해 영화나 음악파일까지 재생할 수 있다.

연말에는 PC처럼 데이터를 분리해 처리하는 듀얼코어 기능의 휴대폰도 나온다.

모바일PC라는 표현이 더이상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다.

휴대폰이 통화 수단에서 움직이는 개인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휴대폰 이메일 서비스

SK텔레콤은 최근 무선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휴대폰 문자메시지(SMS)처럼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메일 서비스를 출시했다.

메일의 본문만 텍스트로 확인하던 기존 서비스와 달리 한글,MS 오피스,PDF,이미지 등 첨부파일까지 확인하고 전송할 수 있다.

메일 주소를 5개까지 등록할 수도 있다.

사실상 PC에서 이용하던 이메일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며 이용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요금 부담도 대폭 줄였다.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를 부과하지 않아 월정액(3000원/5000원)만 내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블랙잭'에 처음 적용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모든 3세대 휴대폰에 탑재할 계획이다.

올초까지 휴대폰에서는 왑(WAP) 방식의 무선인터넷만 지원했다.

콘텐츠나 서비스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이용환경도 제약이 심했다.

SK텔레콤과 KTF가 최근 선보인 '모바일웹' 서비스는 이 같은 제약을 뛰어넘는 계기를 제공했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에서 주소만 입력하면 네이버,다음 등 웹사이트에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다.

사실상 유무선 인터넷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다.

아직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재생이 안 되는 등 일부 단점이 있지만 올 연말께는 업그레이드된 모바일웹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휴대폰으로 PC 원격 접속

SK텔레콤이 8월부터 선보인 '모바일 미니PC' 서비스는 휴대폰의 진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휴대폰으로 집이나 회사의 PC에 원격 접속,휴대폰을 움직이는 개인 미디어로 승격시켰다.

인기 영화 시리즈나 MP3 음악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할 필요없이 재생하는 것은 물론 각종 문서 파일이나 사진도 검색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에 '모바일 미니PC'를 우선 적용했으며 향후 2세대 휴대폰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외근이 많은 직장인이나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KTF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PC에 있는 각종 콘텐츠를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원월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다시 주목받는 스마트폰

이례적으로 이달에는 LG전자의 '와이브로 겸용 휴대폰(LG-KC1)'을 비롯 삼성전자의 블랙잭 단말인 '울트라메시징(SPH-M6200),블루버드소프트의 PDA폰인 'BM-500' 스마트폰 3종이 연이어 출시됐다.

이동전화뿐만 아니라 와이브로,무선랜(와이파이)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어 인터넷전화 등 데이터 활용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올 연말에는 일반 휴대폰에서도 보다 다양한 PC 기능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PC처럼 두개의 코어를 갖춘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휴대폰에 적용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퀄컴의 듀얼 코어 방식 MSM 7000 칩세트를 탑재한 휴대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세서가 음성전화를 담당하는 모뎀과 데이터 서비스를 분리해 처리하기 때문에 성능이 두 배 이상 향상될 전망이다.

임종태 SK텔레콤 엑세스기술연구원장은 "듀얼코어 휴대폰은 무선인터넷 고도화 및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요소"라며 "향후 휴대폰은 PC,내비게이션,자동차,홈네트워크 등을 연결하는 개인 게이트웨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