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榮順 < 송파구청장 youngk7@choli.com >

차창 밖으로 보이는 짙푸른 녹음과 푸른 강물 굽이도는 산봉우리.양평 가는 길은 언제나 그윽하고 멋지다. 동행했던 친구가 불쑥 묻는다. "바퀴 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니?" "글쎄,끊임없이 나아가는 연속성…" 친구는 어릴적 처음 보았던 수레바퀴가 생각난다고 했다.

우리 둘은 아기가 누워있는 유모차 얘기부터,세발자전거,자동차,기차,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바퀴와 함께 해온 인생을 추억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바퀴에 대한 상념들은 인생의 나이테와 같이 돌고 돌아 자동차로 인한 환경문제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바퀴를 이용한 편리한 교통수단인 자동차문화는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강산과 우리 몸을 망치고 드디어 녹색교통수단인 자전거바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세계가 자동차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고민하게 되었고,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 7월부터 무인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하고 1만대 이상의 공공 자전거를 비치해 시민이나 관광객이 저렴하게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 교통, 즉 바퀴혁명을 시작했다.

사실 송파구는 지난 6월,대여 및 반납 절차 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옐로 펍(yellow pub)이란 무료·무인 자전거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파리시보다 1개월 앞서 시작했으니 파리시가 송파구를 벤치마킹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두 발로 다니던 인간이 편하다고 환경을 파괴하는 바퀴에 의존해 세계를 하나로 묶어 내더니 급기야 제 재주에 넘어가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되자 다시 친환경교통수단인 자전거를 그 대안으로 삼으려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 문득 자전거를 떠올리며 우울하고 무기력했으나 희망의 불씨를 틔우기 시작했던 1970년대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가 생각나는 걸까.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보인다'는 황 시인의 시구처럼,시대를 아파하며 헤매기도 했고,인생의 '수레바퀴 아래서' 힘든 여정을 용케도 잘 헤쳐 온 때문일까.

바퀴에 대한 친구의 느닷없는 질문에'계속 나아가는 연속성'이라고 대답을 한 것은 우리네 인생과 닮은 바퀴,그 중에서도 자전거 바퀴를 떠올렸던 것이리라.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인생도 더러는 천천히 힘겹게,때로는 힘차고 활기차게,그러나 역사는 발전하고 진보한다는 믿음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