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相浩 < 한국투자증권 사장 jamesryu@truefriend.com >


얼마 전 '외환위기 이후 취업난이 고착화하면서 신입사원들의 첫 입사 나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30이 다 된 늦깎이 새내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최근 수년간 필자의 회사에서도 신입사원 채용을 꾸준히 해 왔는데 그런 현상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면접을 하면서 늘 느껴온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참 안됐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대학만 나오면 취업의 기회가 많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학점 따랴,어학연수 가랴,봉사활동 하랴,면접기법 배우랴, 아르바이트 하랴 고생이 여간 아니다.

이런 젊은이들을 바라보다 보면 불현듯 필자의 유학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대학 졸업 후 1년 반 정도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해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다.

미국 MBA과정에는 장학금 제도도 없고 외국 유학생은 별도로 일을 할 수도 없어 생활이 많이 어려웠다.

그 흔한 빅맥 하나도 마음 편히 사먹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을 찾다 보니 유학생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학교 내의 일을 그 당시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고 한 학기 동안 하게 됐다.

학생회관 내의 각종 행사준비,청소 등 몸으로 하는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때 난생 처음으로 청소를 위해 여자화장실을 드나들었던 웃지 못할 추억도 있다.

집은 학교 주변에서 가장 싼 아파트에 월세를 들었는데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는 매우 심한 입덧으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아내가 그나마 입맛이 당겨 하는 생선초밥 하나 제대로 사다 줄 형편이 못돼 혼자 속앓이를 하곤 했다.

아마 두 번인가 테이크 어웨이 초밥을 사가지고 가선 서로 먹으라고 권하며 양보하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내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이 찡해지곤 한다.

그렇게 몇 달간 고생한 보람으로 여름 방학 때는 어느 정도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돈으로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와 친정에서 몸을 보하고 추스르게 하는 등 아주 값지게 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필자는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을 수없이 되새기곤 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신입사원 면접 때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 온 사람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유행처럼 어학연수를 가고,취업이 안되니 졸업을 미루고 하는 소극적 태도보다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남들보다 더 진취적인 삶을 살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그만큼의 대가를 주는 공정한 사회라고 믿는다.

취업 준비생들의 분발과 파이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