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노하우 발휘할 기회 많다" 잇단 한국기업 行

"이제는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모국 기업들과 나눠야 할 때다."

GE,IBM,P&G 등 세계적 기업에서 일하던 고급 한국인 인재들이 삼성,LG,두산 등 토종 기업으로 잇달아 유입되고 있다.

대부분 해외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능력을 인정받은 '글로벌 실력파'들이다.

과거 국내 기업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뒤로 한 채 선진 기업으로 '유학'을 떠났던 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훌쩍 성장한 한국 기업들로 역수입되고 있는 것.


◆글로벌 실력파들의 귀환

대표적인 인물은 최치훈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1988년 미국 GE에 입사,한국인으로는 가장 높은 자리에까지 오른 최 사장은 삼성전자의 사장급으로 영입돼 내달부터 태평로 본사로 출근한다.
글로벌 인재들이 돌아온다

앞으로 에너지사업 육성 및 해외기업 M&A(인수합병) 전략에 관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삼성물산에서 GE로 영입돼 간 이채욱 전 GE코리아 회장 등 삼성에서 GE로 자리를 옮긴 사례는 많았지만 GE의 고위 인사가 삼성으로 스카우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남용 부회장 취임 이후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실력파들을 적극 불러들이고 있다. 이달 초 P&G 출신의 이관섭 상무를 영입한 데 이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김예정 상무도 곧 출근할 예정. 지난해 영입한 한승헌 글로벌브랜드마케팅 상무,마창민 휴대폰사업본부 마케팅 상무도 모두 '마케팅 사관학교'라 불리는 P&G와 존슨앤드존슨 출신이다.

두산그룹도 IBM,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글로벌 회계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정준경 두산중공업 전무 등 해외파 한국인 인재들을 올해 들어서만 4명이나 영입했다.


◆글로벌 기업엔 글로벌 인재 필요

"근무여건이나 조직문화 등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여전히 한국 기업을 앞선다.

하지만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기업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는 건 한국인으로 훨씬 매력적인 일이다."(한승헌 LG전자 상무)

해외 기업에서 실력을 키운 한국인 인재들이 국내 기업으로 돌아오는 건 한국 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될 수 있으면 연구환경이 좋은 미국 대학에 남기를 희망하는 유학파 학자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실력을 발휘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얘기다.

마침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인재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해외기업 M&A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덩치 큰 외국 기업을 인수해 운영해본 경험이 전무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몇 년간 GE에너지가 M&A를 통해 덩치를 크게 키우는 과정을 지켜본 최치훈 사장을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인재들이 돌아온다
◆국내파와 호흡 맞추기가 과제

하지만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회사를 성장시킨 국내파 임직원들과의 역차별 문제는 풀어야할 과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원했던 자리를 해외파 인재들이 차지하자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던 부장급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이들과 고락을 함께 했던 젊은 직원들도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해외파 인재들이 얼마나 빨리 조직에 동화돼 기존 임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