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엊그제 제주에서 열린 CEO 하계포럼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요약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구현하지 못하면서 사회 갈등만 조장해 결국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발언 일부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본질과는 거리가 먼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사실 조 회장은 대다수 국민과 기업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이 정치를 믿지 못해 이랜드사태,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가 일고,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지적부터 "정부가 국민을 어린애 취급해 여기저기 개입한다" "다른 나라는 지금 온통 경제가 관심사인데 한국만 서로 비방하고 탈당·합당을 반복하는 정치이야기뿐이다" "정치인들이 자기 앞날만을 위해 왔다갔다 한다"는 것 등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다.

한마디로 정부와 정치권의 후진성(後進性)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재계 수장이 이처럼 쓴소리를 하고 나선 까닭은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원리를 무시한 포퓰리즘에 파묻혀 반(反)시장 정책을 남발하고 스스로 법질서를 허물어 온 탓임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조 회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30년 전부터 지속된 수도권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는 늘고,기업들은 아예 해외로 나가는 실정이다.

불법 파업과 과격 시위가 이어질 때마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되면서 오히려 법 경시(輕視) 풍조만 키웠을 뿐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매장 난입사태에 이르면 우리 법질서가 이렇게까지 바닥에 떨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재계 수장이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는지 정부와 정치권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샌드위치의 위기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무엇보다 투자확대가 급선무인데,정치 사회불안이 증폭되고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다가올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면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극도로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가는 우리 경제의 선진권 진입은 갈수록 멀어질 뿐이다.

어느 때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