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한국기업 포스코가 인도 오리사주에 110억달러를 투자해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을 때 이들을 맞이한 것은 꽃을 든 환영행렬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인도 현지의 일부 주민들은 포스코 현지 직원들을 억류함으로써 오히려 건설 계획에 저항하고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몇 달간 인도에서 전국적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산업화에 대한 농촌 빈민들의 반대가 폭동으로 발전하자 만모한 싱 인도 총리도 국가 안전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대기업 투자를 유치해 낙후 지역을 개발하려는 인도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인도의 놀라운 경제 성장세에 드리운 그림자다.

이번 사태로 빈곤 타파는 정부의 책임일 뿐이라는 기업인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 지도자들은 기업의 책임은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금을 내는 것에 그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육받지 못한 젊은 층이 범죄와 테러리즘으로 몰리는 것을 볼 때 진실은 다르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고 또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인도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기관 입학 비중의 절반을 하층 계급 학생들에게 분배하기로 했다. 이 같은 쿼터 정책이 민간의 고용 시장으로 확장된다면 기업 운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수백만명의 하층 계급을 기업들이 앞장서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우수한 인재 확보는 불가능해진다. 빈곤은 기업의 이해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두 가지 접근법이 주로 논의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우선 기업 경영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결과를 잴 수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저렴한 상품을 개발해 빈곤층을 샴푸와 텔레비전 따위의 소비자로 양성하려는 것도 빈곤 자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도에는 이미 새로운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다. 빈곤층에게 시장 접근권을 주거나 교육과 보건,식수 같은 필수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신회사인 바르티 에어텔,담배 제조회사인 ITC 등은 수십억달러를 들여 효율적인 농산물 직거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SBI나 ICIC 등 금융업체는 농촌 빈곤층을 위한 신용사업과 보험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빈민들을 시장 참여자로 키움으로써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인도 지사에서는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한 교육법을 연구 중이다. 농업경영자에게 인터넷 활용법을 가르치고 중소기업에 글로벌시장 진출 노하우를 알려주는 전략이다. 단순한 자선사업이 아니다. 기업에도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비자는 이 같은 혁신 전략에 따라 1억명에서 5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과 빈민층 모두를 살리는 빈곤타파 전략이야말로 진정한 기업 혁신이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크로소프트 인도지사의 라비 벤카테산 회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인도 빈곤층을 위한 혁신(Innovate for India's Poor)'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