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최대 매수 세력으로 떠오르면서 기관이 선호하는 대형주가 증시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주식형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매수 여력이 커진 자산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초대형주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주 펀드의 수익률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저평가된 가치주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당분간 미래 성장성을 재료로 한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기관의 공격적 대형주 매수

19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6월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4조4400억원의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이를 기반으로 자산운용사(투신권)들은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지난달 초 이후 7월18일까지 3조1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무려 4조7989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비교된다.

개인은 이 기간에 4685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신권은 특히 삼성전자하이닉스 하나금융 우리금융 현대차 신한지주 포스코 SK㈜ 등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초대형주를 집중 매수했다.

이는 주요 기관이 올 상반기까지 조선주를 비롯한 중대형주를 공격적으로 매입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주요 기관이 초대형주 편입 비중을 대폭 낮췄으나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대형주를 사들이고 있다"며 "상반기까지 중국 성장으로 수혜를 입는 주식이 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전 세계 소비 시장의 성장과 연관돼있는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금융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제일모직이나 LG데이콤 같은 내수주에도 투신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주 펀드 뜬다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대형 성장형 펀드 수익률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중소형주 중심의 가치주 펀드가 수익률 상위를 석권했던 것과 달리 최근 1개월 수익률 기준 상위 펀드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부자아빠성장주식증권'과 '한국네비게이터주식' 등 대부분 대형주 펀드다.

이들 펀드는 1개월 만에 14~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연초 이후로도 대형주 펀드인 삼성투신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리서치펀드'나 '삼성배당주장기펀드'가 각각 55%와 54%로 높은 성과를 냈다.

반면 상반기 중 수익률 최상위권에 머물렀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200여개 국내 주식형펀드 중 70위권에 그쳤고 '미래에셋3억만들기펀드'와 '유리스몰뷰티펀드'도 각각 80위와 140위권에 머물렀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주가 상승으로 저평가 매력이 사라진 중소형주 대신 초대형주 편입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펀드 성격이 대형주 펀드로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