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사무직 아웃소싱 단행..창구직 업무 분리로 고용 불안감 고조

일부 시중은행이 공석이 된 비정규직 행원 자리를 용역업체 직원으로 채우기 시작하면서 유통업계의 아웃소싱(외주용역화) 바람이 은행권으로 확산될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행원들은 이에 반발해 단체 행동에 나설 태세여서 은행과 마찰이 우려된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기존 사무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비정규직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대신 인력파견 업체인 유니에스로부터 21명을 아웃소싱했다.

하나은행은 또 이달부터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사무직 직원 자리도 용역직원으로 채워넣을 계획이다.

특히 은행측이 공문을 발송하지도 않은 채 이달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일부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인력파견 업체로 이직토록 개별 권고하고 있는 데다 정규직 전환 시험의 폐지설까지 제기되면서 비정규직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사무직과 같은 비정규직인 창구전담 텔러들 역시 이달부터 정규직 전환 기회가 없는 빠른 창구의 시급제 직원과 같은 업무만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외주용역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상 차별 금지를 피하기 위해 창구 업무 분리를 실시하고 창구전담 텔러들은 기존 업무 가운데 상품 안내나 환율조회, 카드발급 등을 제외한 입출금 업무 등 기본 업무만 처리토록 했다.

하나은행 비정규직 직원은 "이달부터 은행이 공식 발표도 없이 사무직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하고 있어 시급제 수준의 업무만 처리하고 있는 창구전담 텔러들도 2년내 차례차례 계약 해지되거나 용역으로 대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최근 김종열 행장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에게 정규직 전환 시험을 더이상 실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지면서 비정규직 직원들이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노동조합 홈페이지(www.hananojo.org)와 전국 은행계약직 모임 인터넷 카페(cafe.daum.net/geyag)에는 "인력지원부에서 계약만료되는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사직서를 쓰도록 요구하기 전에 계약만료 시점 이후 해고된다거나 인력파견업체로 이직된다는 등 공식적인 발표가 먼저 있어야 되지 않나", "6월30일까지만 해도 본부 실적에 시달려 왔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노동조합에 가입 돼 있지 않다고 해서 너무 소홀히 다루는 것 아니냐"는 등 은행 경영진을 성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또 "당장 사직서를 받아서 울고 있는 여직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는 신중히 생각할 문제라는 노동조합의 편지는 너희들은 우선 죽으라는 말과 같다", "같이 일하던 직원들은 고용도 불안한 상황인데 노조가 조합원인 정규직의 이익이 되는 직렬이나 승진에만 신경쓰고 있어 너무하다"는 등 노조의 '무성의'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단체행동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어 유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과 사측간 마찰이 은행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 법안 발효 이후 효율성을 감안해 공석이 된 사무직에 파견근로자를 활용키로 했지만 창구직은 외주용역이 불가능하며 정규직 전환 시험의 중단도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근무성적이 낮아 계약해지되는 직원을 파견업체에 이직 권고한 것은 2년 더 근무하면서 다른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비정규직에 관한 구체적인 부분은 공단협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협과 신한은행 등 7월부터 창구 업무 분리가 실시된 다른 은행의 비정규직 직원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비정규직 행원이 8천명을 넘는 농협의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지난달 21일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비정규직 보호법 관련 인력운용방안은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권리의 제한은 물론 비용부당 상승과 같은 현실적 악재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협동조합 전체 노동자와 공동 투쟁을 전개해 농협중앙회의 안 자체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정규직 법안 시행 이후 은행권 비정규직들의 고용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는 대처방안을 강구키로 하고 지난 5일부터 비정규직 법안으로 인한 차별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