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모비스 30년기념 인터뷰]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말처럼 현대모비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혁신(Sustainable Innovation)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현대모비스 스스로가 '꽃'과 '강'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29일 배포된 '현대모비스 30년사' 발간기념 특별 인터뷰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먼저 현대모비스의 30년 성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현대모비스는 2000년 이후 매년 매출이 1조원 이상 늘어나는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1999년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 중 최선의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가 거둔 눈부신 성과는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하면 된다'는 현대 정신과 특유의 돌관정신(突貫精神·기운차게 어떤 일을 해나가는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오늘날 현대·기아차를 세계 6위의 글로벌기업으로 일군 특유의 현장 및 품질경영 철학도 모두 현대정공 시절 배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대정공 시절은 아주 좋은 경영학습의 장이었으며,당시 경험들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국내외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챙기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장 및 품질경영은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라는 좌우명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현장 근로자들과 동고동락했던 추억도 떠올렸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현장에서 느끼고,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한다'는 삼현주의(三現主義)의 실천이 현장 경영의 요체였다"며 "당시 건축 중이던 컨테이너공장 한쪽에 드럼통을 놓고 현장 직원들과 삼겹살을 같이 먹는가 하면,공장 건설이 한창일 때는 텐트에서 직원들과 동고동락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소개했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가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했지만 핵심기술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라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보쉬나 덴소 등에 비견되는 첨단 기술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앞으로 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기술표준을 누가 먼저 정립하느냐에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1977년 7월1일 현대정공 창립 당시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지금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