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하우머치(how much)'로 잘 알려진 대한화재를 이렇게 부른다.

시장점유율 2.7% 수준으로 중소형 손보사지만 7년째 탄탄한 흑자경영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영성과 비결(?)에 대해 이준호 사장(62)은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화재는 올해 창립 61년을 맞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만 고수했더라면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아깝고 두렵지만 기존의 경영패턴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을 과감히 수용한 것이 서서히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후배들을 만나면 항상 '옛 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 것이 오지 않는다(久的不去 新的不來)'는 중국 속담을 들려준다.

기업경영은 물론이며 인생을 설계할 때도 과감하게 버릴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샐러리맨으로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고비 때마다 과거와 현재에 집착하지 않고 미련없이 모든 것을 버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영인으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1974년 문교부장관 비서관을 하다 대신증권에 입사해 기획실장,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대신투신 사장,광전자 회장,우리종금 사장 등을 역임했다.

1993년 대신증권 사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15년째 금융회사의 전문 경영인으로 롱런하고 있는 셈이다.

14일 열리는 대한화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사장은 연임될 예정이다.

이 사장의 '버림의 경영'은 취임 이듬해인 2005년 본부 임원을 수도권 일선 지점장으로 배치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들이 직접 현장을 뛰게 함으로써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와 함께 설계사 위주의 전통채널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방카슈랑스 텔레마케팅 홈쇼핑 등 새로운 영업채널을 집중적으로 키웠다.

그 결과가 최근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마감된 2006회계연도에서 매출(수입보험료)과 당기순이익은 7113억원,72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0.7%와 168% 증가했다.

업계 최고의 이익 신장률을 기록하며 7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험에서 50.9%의 성장률을 기록해 업계 평균인 20.7%에 월등히 앞섰으며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도 각각 15.6%,19.8%의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올 들어 실적 향상은 더욱 눈부시다.

4~5월 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1% 늘어난 132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9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이익을 이미 웃돌았다.

지난 2월 세운 경영목표(당기순이익 150억원)를 다시 올려 잡아야 할 정도다.

이 사장은 "대한화재는 이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외형성장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진정으로 신뢰받는 전문 금융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고객중심의 경영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