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만으로 먹고 살던 시대 '이젠 옛말'

기업들, M&Aㆍ신사업 개척 에너지 충전

올해 파이낸셜타임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개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업체인 구글이었다.

지난해까지 부동의 1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너럴 일렉트릭(GE)에도 밀려 3위로 추락했다.

구글의 약진은 인수·합병(M&A)을 기반으로 한 과감하고도 눈부신 성장 전략을 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구글은 2005년 말 10억달러를 주고 인터넷 업체인 AOL의 지분을 5%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UCC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인터넷 광고업체인 더블클릭을 무려 31억달러에 인수,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M&A를 앞세운 적극적인 성장 전략이 IT(정보기술) 분야의 간판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 파워를 제압한 것이다.

구글의 사례는 요즘 왜 M&A가 기업 성장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제조업에 이어 IT 업종까지 유혈이 낭자한 '레드 오션'으로 변하면서 '본업'만으로 미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PC)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IBM도 PC사업부를 중국 레노보사에 매각하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한 이후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1~2년에 걸쳐 휴렛팩커드(HP)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마이크로뮤즈,밸런트 등을 인수했고 IT서비스 공급을 위해 렘보 MRO 콜레이션 등을 사들였다.

국내에서도 M&A 성공 사례는 즐비하다.

대한전선이 무주리조트 쌍방울 등을,두산이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등을 각각 인수해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데 성공했고 STX는 쌍용중공업을 기초로 범양상선 대동조선 등을 잇따라 인수해 해운물류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창출하거나 다른 기업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전략도 M&A 못지않은 성장 탄력을 갖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시도하지만,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하지만 M&A 전략에 비해 재무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적은 기업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길이기도 하다.

이 분야의 '바이블'은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삼성전자는 1980년대 한낱 아시아 변방의 가전회사로 출발해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3대 성장축을 완성했다.

한때 매킨토시로 사랑받았던 애플 역시 컴퓨터 시장의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거듭하다가 MP3 시장에서 신천지를 찾았다.

아이팟 나노의 성공으로 순식간에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선 것.

유럽 최대의 전자회사인 필립스도 기존 사업인 가전 조명 외에 헬스케어를 미래의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선정했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든 기업들의 고민은 어렵사리 찾아낸 성장 동력에도 '수명'이 있다는 점이다.

20~30년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성장 동력들은 5~10년 정도의 수명밖에 유지하지 못한다.

경쟁사의 초과 이윤을 용납하지 않는 시장의 생리도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의 폭발적인 생산력이 제품 가격을 계속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이후 국내 IT산업을 이끌어 온 반도체와 휴대폰 등의 주력 산업들은 2004년을 기점으로 완연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도요타 정도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의 곤궁한 처지는 말할 것도 없고,전통의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내놓고,회생 기미를 보이던 닛산이 다시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GE의 최고경영자 제프리 이멜트가 말한 '상품화 지옥(commodity hell)'과 다름없는 상황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상품화 지옥이란 상품의 품질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결국 향후 기업들의 성장 여부는 숨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적응하면서 신천지를 개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극소수의 기업들만이 좁은 성장의 관문을 통과해 그 과실을 맛볼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성공에 도취해 주저앉는 순간 등뒤에 파멸의 그림자가 바로 드리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차별화된 사업 전략과 앞날을 내다보는 통찰력,성장을 향한 강력한 에너지만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자산들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