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1년내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것을 전제로 투기지역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처분조건부 대출의 편법 상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처분조건부 대출을 받고도 대출 만기 때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채 대출만 변칙 상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9일 은행권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8일 올 1.4분기에 상환된 처분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의 세부 현황 자료를 은행들로부터 제출받아 구체적인 상환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자기자금으로 상환한 경우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을 받아 상환한 경우, 대부업체나 제2금융기관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상환한 경우 등과 관련한 내용을 은행들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2005년 6월말 1단계 주택담보대출 제한조치를 발표하면서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투기지역내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경우 반드시 1년내 기존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허용토록 했다.

연내 만기 도래하는 은행권 처분조건부 대출은 5만여건, 약 6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주택가격 급락을 초래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작년 7월4일부터 처분조건부 대출의 상환이 시작됐지만 올들어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집을 팔지 못한 채 연체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고객이 만기에 처분조건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은행은 15% 가량의 연체 이자를 부과한 뒤 이후로도 3개월 내로 대출을 갚지 않을 경우 경매 등 강제상환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대출 고객들이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인이나 사채업체 등으로부터 돈을 끌어다 처분조건부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매로 넘어간 사례가 없는 것을 보면 일부 고객이 자기자금이나 다른 금융기관 대환 대출 등을 통해 처분조건부 대출을 상환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처분조건부 대출 특약을 해제한 뒤 제2금융권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 기존 주택을 담보로 새로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기존 집을 처분하지 않은 채 자기자금이나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처분조건부 대출을 상환하는 것을 편법으로 보고 있어 편법 대출자는 물론 대출 금융기관도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2005년 10월 "기존주택 처분 조건부인 경우 대출을 상환한 고객에게는 주택처분과 관련된 사후관리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처리기준을 마련해달라"는 한국씨티은행의 질의에 대해 "대출약관 위반 등의 사유로 차주의 모든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은행검사국 관계자는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집을 팔지 못한 것은 시장 상황보다 집값을 낮춰 팔 의지가 없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처분조건부 대출의 담보가 된 주택의 등기부등본까지 조사해 대환대출 여부 등을 파악한 뒤 편법 상환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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