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서 어른으로 타깃 계층이 바뀐 문구와 완구·과자 제품의 공통점은 단가가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한 장에 1500원짜리 편지지,개당 수십만원에 이르는 조립용 로봇을 사기 위해 서슴없이 지갑을 여는 성인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튀는 종이'를 찾는 성인 소비자들을 겨냥한 1500원짜리 편지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종이에 자신만의 사연을 담아 연인에게 전하려는 20대들의 감성을 만족시켜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완구 마니아들에게 최고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조립 로봇 '건담' 시리즈는 필수 품목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디자인 문구의 특성상 제품마다 뚜렷한 브랜드명이 없다.

제품에 그려진 디자인이나 그림 등이 브랜드를 대신하고 고객들도 제품명에 그리 얽매이지 않는다.

길거리 좌판에서 시작,품질보다는 디자인 감각으로 승부해온 디자인 문구의 생존력과 무관하지 않다.

디자인 문구 1세대인 스프링컴레인풀(옛 '0책')의 스테디셀러 제품인 편지지의 브랜드는 그냥 '편지지'다.

6년 동안 수백만 묶음이 팔려 나갔다.

편지지 4장과 봉투 2개가 들어 있는 '편지지' 한 묶음의 가격은 4500원.이 회사의 권재혁 사장(31)은 "일반 편지지보다 비싸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편지지와 봉투에 마음을 담아 연인에게 선물하려는 로맨스 가이들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2002년에 선보인 이래 매년 50만개 넘게 팔리고 있는 4500원짜리 '카드 케이스'는 미투 상품이 넘쳐나 일반화한 문구다.

연말 연시에 날개돋친 듯 팔리는 '일러스트 다이어리'는 인기 만화 주인공을 표지 외에 각 장마다 그려넣고는 권당 1만원에서 8만원대까지 받는데도 해마다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국내 성인용 완구 시장을 주도하는 품목은 건담 시리즈와 리모트 컨트롤 관련 제품들이다.

일본 반다이사의 건담 시리즈는 조립형 장난감인 프라모델만 700여 종류에 달한다.

건담은 1970년대 유행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조립 난이도별로 하이(high) 그레이드가 1만~2만원,마스터(master)는 2만~7만원,최고 난이도인 퍼펙트(perfect)는 10만원을 넘어선다.

올해 국내에서는 2005년 일본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기동 전사 건담 시드(seed)' 관련 제품 중 '엘 스타라이크 건담','프리덤 스타라이크 건담' 등이 인기다.

건담 판매 업체인 크리에이티브비웍스 관계자는 "한 달에 1∼2개의 제품을 꾸준히 구입하는 마니아가 적지 않다"며 "직장에 들어가서 제품 수집에 나서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게 새 흐름"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과학의 4만원짜리 '피쿠즈(Picooz) 헬기'는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월 2만개 이상 팔리고 있다.

이달 초 첫선을 보인 'X-트윈'(비행기·3만3000원)도 2만개가 모두 동이 난 상태다.

온라인 장터인 G마켓에서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인기에 힘입어 '스파이더맨 피규어'(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영화 캐릭터 인형)를 하루 20여개씩 팔고 있는데 매번 품절이다.

김동민/김진수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