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윤 대우캐피탈 사장이 대우자동차판매 상무로 근무하다 최고경영자로 영입돼 첫 출근한 2003년 1월.강 사장은 대우캐피탈이 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한 당시 대우캐피탈 채권단과 맺은 경영 협약을 보고 무척 놀랐다.

연말까지 정규직 450명 중 20%를 정리해고하고 20개인 영업점 수도 연말까지 6개로 줄이라는 게 핵심이었다.

조직 감축에도 불구하고 대출 취급액은 9500억원에서 9800억원으로 늘리라는 요구 조항도 있었다.

강 사장은 "회사 영업력을 손상시키는 내용이어서 당혹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주요 채권단을 일일이 찾아가 캐피탈 영업의 특성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덕분에 인력과 영업점을 줄이지 않으면서 영업 목표를 유지하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다.

영업력을 유지했기에 대우캐피탈은 2003년 말 채권단과의 약속보다 4000억원 많은 1조3500억원의 취급액 실적을 거뒀다.

회사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5년여 만에 워크아웃 졸업한 대우캐피탈

대우캐피탈은 강 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1999년 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그룹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대우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게 부실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그룹 해체는 대우캐피탈의 주력 분야였던 자동차할부금융 영업 위축으로 이어졌다.

같은 우산 아래 있던 대우자동차와의 연계 영업 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대우캐피탈은 매년 1000억원의 손실을 내는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강 사장이 소방수로 투입된 2003년부터 상황이 확 달라졌다.

캐피탈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영업과 회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무 관리 인력 50여명을 현업에 투입했다.

구조조정을 온몸으로 막아낸 최고경영자에 대한 믿음으로 임직원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그 결과 2002년까지 1조원을 밑돌던 취급액이 2003년 들어 1조원을 넘어섰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도 구축했다.

2003년 이후 매년 30% 이상 취급액이 늘어났고 5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자 마침내 2005년 6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이때 대우캐피탈은 아주그룹에 인수됐다.

아주그룹에 인수돼 경영권이 안정된 대우캐피탈은 새로운 분야로 사업 영역을 계속 넓혀갔다.

든든한 후원자가 된 아주그룹은 대우캐피탈의 사업 분야를 국내 신차뿐만 아니라 수입차와 중고차 할부 및 리스시장으로 다변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인수 1년 만에 대우캐피탈은 자동차 할부 및 리스 시장에서 2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고 수입차 리스 시장에서는 18%의 점유율을 보이며 당당히 국내 1위에 올라섰다.

대우캐피탈 관계자는 "할부금융과 리스 등 자동차 구입 단계에서 사후 자동차 관리까지 제공하는 기업은 없다"며 "대우캐피탈이 아주그룹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신용 대출 시장에도 진출

대우캐피탈은 자동차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현대캐피탈,씨티파이낸셜 등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 것.대우캐피탈의 개인 신용대출 상품 '내게론(Naege-loan)'은 신용도에 따라 최저 5%에서 최고 44.9%의 금리로 최대 5000만원까지 빌려준다.

강 사장은 "아주그룹에 편입된 후 매출 및 수익성이 개선돼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직장인뿐 아니라 1년 이상 영업을 한 자영업자와 보험설계사 등으로 대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개인 신용대출 시장 진출이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있다.

대우캐피탈은 신문 및 TV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단기간 내 소액 신용 대출 고객을 대거 확보했다.

연 60% 이상의 고금리로 대출받은 대부업체 고객들의 갈아타기를 유도해 6개월도 안 된 기간에 개인 신용대출 분야에서만 월 360억원가량을 유치해 개인 신용대출분야에서 여신전문업체 중 국내 2위에 올라섰다는 게 자체 평가다.

대우캐피탈은 개인 신용대출 시장 성장 등에 힘입어 지난해 2조6000억원의 영업액을 달성하고 7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강 사장은 "2008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2010년까지 취급액 7조원,당기순이익 1700억원 이상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발돋움

대우캐피탈은 연내 팩토링과 기업대출 등 법인여신시장으로까지 영업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주그룹 내 오토렌털과 오토리스 등 오토금융 관련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 종합여신금융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또 국내 영업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대우캐피탈이 가려는 궁극적인 길은 국내 금융기업을 뛰어넘어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선 올 상반기 내에 중국 인도 베트남 등지의 시장 조사를 마치고 연내 이들 나라 중 한 곳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동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에서 자동차 할부 및 리스 영업을 우선 시작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강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도모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상품 포트폴리오 및 사업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설/양윤모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