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스코, 5년전 '비운의 기술' 극복…1만원대 저가 시장 공략

초등학교 5학년 이은영양(12)의 책상 위에는 댄스그룹 슈퍼주니어의 사진이 인쇄되고 뒤쪽이 훤히 보이는 두 개의 필름판이 놓여 있다.

이양이 MP3플레이어를 켜자 이 필름에서 뜻밖에 슈퍼주니어의 신곡 '로꾸거'가 흘러나온다.

이것들은 사실 두께 80㎛(0.08mm)의 아주 얇은 스피커. 이 제품은 플라스틱 필름에 플라즈마 공법이라는 특수처리를 한 것으로 떨림이 일어나며 공기 중으로 소리가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초박형 투명 필름 스피커를 개발,한때 주목받다 소리 없이 자취를 감췄던 벤처기업 필스코(대표 이동수)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5년간에 걸친 필름 스피커 양산화 기술 개발을 통해 1만원대의 초저가를 실현한 제품을 올해 초 시장에 출시하며 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제품은 현재 국내 저가 시장을 장악한 중국·대만산의 세라믹 스피커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며 돌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필스코의 필름 스피커는 지난 5년 동안 '비운의 기술'로 불렸다. 세계 최초의 특이 제품이긴 했지만 대량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커 기존 세라믹 제품보다 값이 비쌌던 까닭이다. 게다가 고음역대의 '쨍쨍거리는' 소리도 문제였다. 스피커 유통업체 엠크로스의 전완식 사장은 "앞서 나왔던 필름 스피커는 모양만 특이할 뿐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없어 퇴출이나 마찬가지 상태였다"고 말했다.
'0.08㎜ 필름스피커' 돌풍 예고
필스코는 첫 제품 실패 후 5년간 양산기술 개발에 주력해 A4 용지 절반 크기의 PC용 2채널 스탠드형 필름 스피커 값을 기존 2만~3만원대에서 절반 수준(1만1000~1만5000원)으로 낮췄다.

이동수 사장은 "이 가격은 세라믹 제품의 가격을 따라잡은 것"이라며 "10만~100만원대 공공장소용 스피커의 경우 기존보다 30~50%가량 싸게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라믹 스피커는 최소 20여 단계의 복잡한 조립공정을 거쳐야 하는 데 비해 필름 스피커는 2단계만으로 충분한 까닭이다.

필스코는 특히 기존에 400Hz에 머물던 필름 스피커 최저 음역을 250Hz 수준까지 크게 낮춰 저음 문제도 상당폭 개선했다.

또 PC용 1,2,2.1채널과 홈시어터용 5.1채널,공공장소용 스피커 등의 제품 다양화도 실현했다.

필스코는 이 결과 지난 1월 태국 유통업체 OW사와 600만달러어치를
'0.08㎜ 필름스피커' 돌풍 예고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아파트 비상용 스피커업체인 동양미디어와 20억원어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사장은 "8월께 일본의 유명 자동차 회사와 5000억원어치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필스코는 이색 제품을 찾는 소비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일단 테이블에 올려놓는 제품을 주력으로 판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 자동차 천장 부착 스피커,키보드 내장형 스피커,축산농가 등 습도가 높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피커,해충방지용 고음파를 내는 스피커 등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허문찬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