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0km 고공에서 남한보다 넓은 지역을 관찰하는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무인기 '프레데터',에너지가 높은 레이저를 통해 적의 미사일을 파괴하는 고(高)에너지 빔 무기 'THEL'….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선보인 이 첨단 무기들은 당초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단기간 내 군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글로벌 호크'는 원래 텔레딘라이언 항공사가 민수용으로 제작한 것을 군수용으로 전환했으며 '프레데터'는 제너럴 애토믹사 측에서 개발한 일반 무인기를 미 국방부가 공군 무인 정찰기로 다시 만들었다. 고에너지 빔 무기도 이스라엘과 미국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을 군사 기술화했다.

이처럼 민간에서 이미 활용 중인 기술이나 민·군이 합작해 기술을 개발,단기간 내 군용 무기화해 전장에 투입하는 방식을 '신개념 기술시범(ACTD:Advanced Concept Technology Demonstration)' 제도라고 한다. 이 제도는 1994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했으며 주요 국가들이 전술 체계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ACTD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정부는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 주재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방 연구개발 역량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산업계와 학계 연구소 관계자의 정책 제안을 모집,올해 중 ACTD 시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이용하면 중소기업·방산업체·연구소가 보유한 첨단 기술을 국방 분야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무기체계 획득 방법으로 정착되면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온 연구개발(R&D) 비용 과다나 기술의 진부화,민수 기술의 국방 분야 활용 제한 등을 없애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기존 민군겸용기술센터를 확대 개편하고 국방기술정보 관리체계를 구축하며 국방 R&D 네트워크도 구축키로 했다.

정부는 특히 국방비 대비 국방 R&D 투자액 비중을 올해 5.1%에서 2020년까지 1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