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27조원이 넘는 펀드 운용을 책임진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사장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미래에셋 간판상품인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 펀드가 약 6년 만에 누적수익률 500%란 경이적인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차익 실현을 위해 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 또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29일 "세계적인 화두는 아시아의 성장이며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단기적 부침은 있겠지만 주가의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 5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고 주식운용 전문가로 꼽히는 구 사장을 만나 사상 첫 1500 고지를 밟은 주식시장의 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 등을 들어봤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엔캐리 자금 청산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배경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각국에 싼 물건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유동성이 풀려도 인플레 없이 안정 성장이 가능한 경제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중국산 저가 제품 탓에 미국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1조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으로 미 국채를 사고 있어 미국 내 유동성은 풍부해졌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저금리 정책으로 엔캐리 자금까지 더해지면서 선진국의 대규모 투자자금은 높은 수익을 내는 곳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부동산으로 돈이 흘러들어갔다가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로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또 중국과 인도는 성장을 위해 자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원을 가진 러시아 주가가 8배나 올랐습니다.

한국도 중국 등의 경제성장에 직접적 수혜를 입는 나라여서 글로벌 자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긴축 우려와 엔캐리 청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아시아의 성장은 길게 보면 5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또 중국 경제의 과열 우려도 있지만 아직 저조한 도시화율을 감안하면 성장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미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유럽과 아시아 일본 등은 모두 좋은 상황이 이어질 것입니다.

인플레 압력 없이 유동성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산의 매력은 더 커질 것입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있지만 내년에 엔화가치가 높아지면 또 다시 일본계 자금이 세계 시장으로 나올 것입니다. 미국 경기 둔화나 중국 긴축 우려는 단기적인 것이고 장기적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입니다."

-성장을 주도하는 업종도 바뀌고 있습니다.

"한때 정보기술(IT) 업종이 성장을 주도했는데,이제는 전통산업에 속했던 '올드'(old) 업종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가 이런 분야에서 대규모 신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덕분입니다.

자원과 에너지 관련 업종이 대표적이고 조선 해운 건설 등도 성장이 기대됩니다. 철강 기계 플랜트 관련기업들도 이런 흐름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증시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급성장하는 중국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내수 업종으로 생각했던 유통이나 소비재 관련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수급 측면에서도 여건이 좋습니다.

외국인이 올 들어서만 3조원 이상을 순매수했으며 국민연금은 지속적으로 주식 투자금을 늘리고 있는 데다 퇴직연금과 변액보험 등도 상당한 수요 기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기관화 장세가 진행되면서 우리 증시의 변동성도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길게 보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는 강한 것 같습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환매를 통해 수익률을 직접 확인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단 환매한 후 재가입을 노리거나 해외펀드로 말을 갈아타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증시는 기관화 장세 등으로 하방경직성이 매우 강해졌습니다.

과거 부동산시장처럼 주식시장도 안정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또 주도 업종이 매번 바뀌는 까닭에 개인 투자자가 이런 흐름을 따라가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흐름을 정확히 맞힐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흐름에 연연하다 자칫 실적이 나빠지는 기업에 투자해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갖고 기다려준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글로벌 시장에서 오피스 빌딩의 경우 경제성장으로 인한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강세가 예상됩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국내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정부 규제로 상승 속도가 느려질 것 같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겐 어떤 포트폴리오가 적합할까요.

"현재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율이 80%를 차지하고 금융자산은 20%에 그치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금융자산의 비율이 30~40%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투자자산의 비중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개인들도 투자자산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또 지금은 국내 투자자산의 비율을 해외 자산보다 다소 높게 가져가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셋의 투자 원칙은 무엇입니까.

"펀드 규모가 커져 장기적 관점에서 선취매하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만약 업황 개선을 눈으로 확인한 후 투자할 경우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버려 필요한 만큼의 주식을 살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저평가된 주식을 미리 사들이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실제 2004년 조선업황이 장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란 전망으로 주식을 사들였는데 지금 주가에 반영되면서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또 운용자금 규모가 워낙 커 한쪽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없습니다.

상당히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도 구성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운용 인력이 매우 중요해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기르고 육성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글=김태완ㆍ김남국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