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 구글의 웹페이지 구성을 결정하는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한국계 미국인인 데니스 황.1978년생으로 이제 만으로 29세밖에 안 된 이 젊은이가 구글이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하루에 5억명 가까운 인구가 방문하는 구글 사이트의 웹페이지 디자인을 총괄한다.

구글의 웹페이지 디자인 총 책임자이자 구글 측이 '웹마스터 중의 마스터'라고 치켜세우는 데니스 황이 17일 방한했다.

데니스 황은 이날 서울 광화문 '갤러리 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별도로 웹마스터팀을 꾸리기 위해 방문했다"며 "한국에 뛰어난 웹마스터들이 많다는 것을 미국 본사에서도 알고 있으며 한국 서비스뿐 아니라 구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웹디자이너 채용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니스 황은 "아직은 한국의 웹디자이너를 뽑겠다는 결정만 내렸을 뿐 규모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채용의 상세한 일정은 구글 한국 블로그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방한을 통해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만나보고 자세한 사항을 결정하겠다는 소리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순수 미술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데니스 황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아버지가 서울대 사범대학교 지리교육학과 교수였던 황민익씨다.

미국에서 자라던 그는 5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으며 중학교 2학년인 15살까지 한국에서 컸다.

한국말에 능숙하고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도 그가 민감한 시기를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둘리,독고 탁,드래곤 볼 등의 만화를 참 좋아했고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컸다"며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거북이,토끼,용 등을 그리며 낙서를 참 많이 해서 선생님께 혼나곤 했는데 이때 낙서를 많이 한 게 지금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한국인임을 항상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태극기를 구글 홈페이지에 띄우면서부터다.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2000년 인턴사원으로 구글에서 디자인 업무를 시작한 그는 2001년 정식 사원이 된 후 제일 먼저 만든 로고에 태극기를 삽입했다.

2001년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구글 로고(Google)의 알파벳 'l'자 윗 부분에 태극기를 달아놓은 것이다.

이 로고가 24시간 동안 전 세계에 노출되면서 당시 구글 사이트가 크게 술렁거렸다.

일부에선 "사이트가 해킹당한 거 아니냐"는 문의 전화와 이메일이 오기도 했다.

그는 "8월15일이 인도 국가기념일과 일치하는 바람에 인도 네티즌들로부터 10억 인구의 인도를 무시하느냐는 이메일을 숱하게 받았다"며 "그래도 내가 한국인인데 어쩌겠습니까.

그냥 밀고 나갔죠"하고 웃었다.

이후 그는 한국과 관련된 구글 로고 디자인을 가장 많이 제작하는 등 남다른 한국 사랑을 과시했었다.

구글 로고에 태극 문양을 넣거나,태권도를 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새기거나,추석을 맞이해선 강강술래를 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려넣었다.

작년 광복절 때에는 구글 로고 전체를 태극기로 크게 덮는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데니스 황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상사로부터 '너의 로고 디자인은 한국적인 스타일이 풍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뻤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디자인에 월등한 소질이 있다고 생각진 않지만 한국적인 독특한 분위기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딱딱한 인터넷 사이트에 인간적인 냄새를 나게 해 준다는 측면이 먹혔다"고 말했다.


임원기/양윤모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