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산정 기준도 속속 상향

시중은행들이 큰 초우량 고객(VVIP)들을 위한 차별화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은행의 수익성을 높이고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PB고객 선정 기준의 상향이 서민 고객의 상대적 소외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연내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와 여의도 지역에 금융자산 평균잔액 30억원 이상 초고소득 고객 전용 프리미엄급 PB센터인 HNWI(High Net-Worth Individual)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HNWI 센터에서는 별도의 세무사와 부동산 전문가, 재무분석사 등이 중소기업 소유주나 대기업 임원 등을 대상으로 사업승계 등 기업.개인 종합 자산관리 관련 특화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또 현재 18개인 골드앤와이즈(Gold & Wise) PB센터를 10개 이상 증설해 국내 최대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40명의 정예 PB를 선발해 14개의 골드클럽(Gold Club) PB영업점에 배치했다.

골드클럽 PB는 주니어와 시니어, 마스터 등 단계별로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대우와 보상을 받게 되며 국내외 전문프로그램 연수를 통해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ortfolio Management), 부동산, 세무, 글로벌 뱅킹(Global Banking), 교양 등 5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로 양성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PB 영업의 대중화 전략으로 PB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PB 고객층 확대 효과는 있었지만 초부유층에 집중하고 있는 국제 금융기관들의 PB 영업 기조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유럽과 미주의 부유층 자산 포트폴리오를 연구해 정기예금 비중을 30% 이하로 유지하는 등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B 서비스의 차등화가 자산관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PB 분야의 독립사업화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PB고객 차등화는 PB서비스를 기존 은행서비스 중심에서 자산관리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 풀이된다"며 "PB부문 독립사업화는 장기적으로 지점별 특성에 따른 영업형태나 고객서비스, 영업인력 등 차별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초고소득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PB고객 선정 기준을 높이는 것은 서민 고객들이 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차단해 상대적인 소외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PB고객 선정기준을 3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작년 말 기준 평잔 1억원 미만 고객 명단을 PB센터에서 일반 영업점으로 이관했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전년 말 기준 평잔 3억원과 5억원 미만 고객을 차례로 영업점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PB와 골드클럽 고객 선정 기준을 종전처럼 1억원과 5억원 이상으로 유지했지만 골드클럽 PB들의 주 타깃이 총자산 50억원 이상 고객인 점을 감안하면 골드클럽 고객의 기준이 사실상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으로 높아진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PB 서비스 시행 초기부터 10억원 이상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자산 3천만원 이상부터 PB 고객으로 간주하는 우리은행도 PB센터인 투체어스 센터 이용은 자산 1억원 이상인 투체어스(TC) 고객부터, 해외부동산투자와 미술품 세미나 등은 10억원 이상인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TCE) 고객부터 적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부유층 고객들의 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의 고객 대우에도 양극화가 형성되는 양상"이라며 "은행의 자산관리 능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겠지만 PB센터의 문턱이 높아지면 서민 고객들의 소외감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