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제 급부상 … 대영제국의 영화를 재현한다

[Global Issue] 런던,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우뚝'
요즘 영국의 수도 런던은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다.

영국 경제가 최근 10년 이상 빠르게 성장하면서 외국 금융회사들이 줄지어 런던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런던 한복판 금융 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줄여서 '시티')은 부지가 이미 포화상태여서, 건물 신축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사세 확장을 원하는 회사들이 그나마 건물 증·개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강 하류에 위치한 커네리 워프(Canary Wharf). 이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20여년 전만 해도 후미진 변두리에 불과했던 이곳에 최근 들어 HSBC, 씨티그룹, 크레디스위스, 바클레이스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거리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커네리 워프는 이제 시티와 함께 영국 금융의 부활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영국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런던 국제금융센터(IFSL)에 따르면 영국은 해외증권 유통(41%), 외환거래(32%), 파생상품 유통(43%), 국가 간 은행 대출(20%) 등의 분야에서 미국을 누르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4년여 전 미국이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도입, 뉴욕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반면 런던 증시는 규제 최소화 원칙을 고수하면서 뉴욕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증권거래소로 발돋움하게 됐다.

현재 헤지펀드의 21%가 런던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세계 유동자금의 30%가 영국을 거쳐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런던과 인근 지역은 금융 자산가들이 몰려들어 집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등지에서 '부동산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영국의 런던만은 예외인 셈이다.

[Global Issue] 런던,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우뚝'
블룸버그통신은 "런던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고급 주택의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돼 집값이 지난 3월에도 전달에 비해 평균 1.8% 올랐고, 1년 전에 비해선 22%나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지난 1992년 이후 58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금융산업의 부활과 이에 따른 부동산 호황 덕분인 것이다.

파운드화 환율은 10년 전 파운드당 1.2달러 수준에서 지금은 2달러를 육박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은 2차 산업 비중이 25%에 불과할 정도로 제조업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자동차의 본고향이지만 롤스로이스와 같은 영국산 자동차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랜드로버 자동차로 유명한 '로버'도 얼마 전 중국기업에 넘어갔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이 같은 문제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영국은 이미 제조 분야보다는 금융 등 서비스 중심 국가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잔액)는 프랑스의 3배가 넘는 1640억달러(경제협력개발기구 추정)에 달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물론 미국도 앞지르는 것이다.

영어가 통용될 뿐 아니라 영업시간 제한과 같은 경제활동 규제가 거의 없는 게 첫 번째 이유다.

1980년대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가 세운 무(無 )파업 전통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몰락한 노(老)제국'이란 비아냥을 듣던 영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했다.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고,그 결과 금융회사 중 90%는 퇴출되거나 외국계 금융사에 합병됐다.

하지만 살아남은 회사들은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영국은 노동시장에서도 개방 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의 근로자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는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물론 일부 영국인들은 이민 급증으로 인해 임금이 안 오르고 범죄가 늘고 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그 만큼 영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해 졌고,실제 외국인 노동인력이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나서며 구애 노력을 펴야 했던 영국이 이제는 영어와 금융 등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연합(EU) 가운데서도 가장 잘 사는 나라들 축에 끼게 됐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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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감면 통해 기업 경영 적극 지원

영국금융의 부활 이끈 브라운 재무장관

[Global Issue] 런던,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우뚝'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10년간 재임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영국 금융의 부활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영국의 대외적 대통령이었다면,브라운 장관은 영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브라운 장관이 추진한 대표적 치적 가운데 하나가 중앙은행(Bank of England)의 독립이다.

1997년 5월 취임하자마자 영국 중앙은행에 금리결정권을 넘겨줬고, 이에 화답하듯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최소한으로 묶어 브라운 장관의 노력을 더욱 빛나게 했다.

또한 1997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후 브라운 장관은 런던 시장과 함께 런던을 금융 특화도시로 본격 육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세 면제 등 각종 세금 감면 정책 등을 통해 기업들의 경영을 지원했고 그 결과 영국 금융산업은 과거의 영화를 다시 누리기 시작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뉴욕 대신 런던 증권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브라운 장관은 지식기반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영국 경제가 최근 10년 이상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집약적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운 장관은 또 혁신적인 중소기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보기술(IT)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자 이에 따른 교육예산 비중을 늘렸고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구사해 재정도 탄력적으로 운용했다.

'복지에서 노동으로(from welfare to work)'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실업자들이 지나치게 복지에 의존하는 경향을 억제하면서 그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이를 위해 실업자에 대한 정부의 각종 소득 지원도 줄였다.

대신 복지 혜택 수급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결국 브라운 장관의 탄력적인 재정 운용에 따른 세수 증가는 노동당이 1997년 집권 이후 지금까지 재정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