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슈퍼마켓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데 눈치 보여서…." 요즘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다. 롯데닷컴이 '루트엘(www.rootl.co.kr)'이란 오픈마켓 사업을 이달 중순께 시작할 예정이고,신세계는 지난 1월 광명시에 350평 규모의 '초소형 이마트'를 여는 등 '첫 삽'을 뜨고도 "본격적인 시장 진출은 아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 '거인'들이 '작은이' 세상에까지 뛰어든다는 비난 여론이 신경쓰여서다.

◆여론 때문에…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닷컴은 '루트엘'의 서비스 개시를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패션 부문 셀러(판매자)들의 입점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현구 롯데닷컴 대표는 "또 하나의 온라인 몰을 만드는 것은 맞지만 '롯데'라는 이름을 내걸지 등은 아직 결정이 안됐다"며 "분명한 것은 오픈마켓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나오는 제품들을 주로 취급할 것이고 셀러도 선별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G마켓 등 오픈마켓과는 형태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고 셀러를 입점시키는 형태라면 오픈마켓과 다를 게 없다"며 "패션쪽에 초점을 맞춘 것도 온라인 패션 시장의 절대 강자인 G마켓,옥션을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J그룹 역시 처음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할 때 '앰플'이란 이름을 앞세워 CJ와의 연관성을 최대한 지우려 했다"며 "롯데 역시 대기업 진출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우려해 '쉬쉬'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눈치보기'는 신세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7일 대형마트인 일반 이마트 크기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인 광명점을 개설할 무렵,'동네 슈퍼마켓 시장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자 "나오는 부지에 맞춘 것일 뿐"이라고 부인한 것. 하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제주시 도남동 제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신세계 희망 장난감 도서관' 개관 행사에서 "일본 슈퍼마켓 시장의 강자인 야오코 유통회사에서 '작지만 강한 점포'의 경쟁력을 배우고 왔다"고 말하는 등 슈퍼마켓 진출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결국은 시간 문제?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유통 대기업들이 오픈마켓과 슈퍼마켓 시장을 외면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G마켓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풍문'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신세계의 슈퍼마켓 진출 역시 이미 롯데,홈플러스가 뛰어든 터라 타이밍과 수익성만 맞으면 언제든 성사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